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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기했다. 내 주변의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와 카페, 자주 가는 식당까지 아무 조건 없이 20%를 할인해 주다니. 머지포인트는 필자에게 '요술 항아리' 같은 존재였다. 할인을 누구보다 많이 받았다는 만족감은 물론 내 주변의 어디에서 쓸 수 있는지 가맹점을 찾아가는 재미가 마치 예전 포켓몬스터 게임처럼 쏠쏠했다. 디지털을 잘 아는 얼리어답터가 된 느낌이다.

취미가 100대 명산 인증이어서 지난달에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브랜드 등산화를 머지포인트로 구매했다. 남들보다 싸게 샀다는 쾌감은 머지포인트를 계속 충동 구매하게 했다. 통장에 돈을 저금하듯 머지포인트를 계속 소셜커머스를 통해 사들였다. 충전된 금액은 200만원을 훌쩍 넘어섰고, 여기에 정기구독 서비스인 머지플러스까지 가입했다.

아이러니하게 머지포인트 폰지 사기 행태는 본지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전자금융사업자 라이선스 없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머지포인트를 판매했고, 고객 자금의 예치 없이 경영진이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현재 경찰의 수사까지 받고 있다고 하니 폰지 사기 여부는 곧 밝혀진다.

전자신문에서 머지포인트 폰지 사기 의혹 기사를 내보낸 저녁 해당 대표가 본사를 찾아왔다.눈물을 흘리며 자사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폰지 사기가 아니라 혁신 비즈니스 모델이고, 조만간 전자금융사업자 라이선스를 받는다고 공언했다. 오히려 금융 당국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라이선스 획득이 늦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대형가맹점이 들어오고, 소비자에게 혁신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경영진을 믿어 달라며 하소연했다. 그러나 소비자를 기망하고 사욕을 채우려는 사기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더 황당한 건 머지포인트의 사업 확대를 공언한 이튿날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사용 가맹점을 모두 해지했다. 악어의 눈물이었다.

머지포인트 사업은 협력 파트너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맹점 유치를 대행한 콘사, 포인트를 판매한 소셜커머스, 포인트 제휴에 나선 금융사다. 이들은 모두 머지포인트 혼자 한 일이고, 환불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과연 소비자가 머지포인트 사업 모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구매했을까. 90% 이상은 머지포인트와 제휴한 업체의 브랜드를 보고 구매했다. 또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가맹점 브랜드를 믿고 구매했다. 휴지조각이 된 머지포인트지만 소비자를 진짜 기망한 곳은 어쩌면 이들 협력사다.

머지포인트란 기업이 감독 재량권 밖에 있어서 관리를 할 수 없다는 금융감독원의 이중적인 행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협력사들은 오히려 머지포인트로부터 대거 수익을 거둬들였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안중에 없다.

머지포인트 사태에 협력사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환불 또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머지포인트에 물려 있는 100만원을 가장 마지막에 환불받는 소비자가 되길 바란다. 그 전까지 머지포인트 탈퇴는 없다. 100만원 환불이 이뤄지는 날 우리 막내가 갖고 싶어하는 자전거를 사 줘야겠다. 추석 이전이 되길 바란다. 모든 피해자가 환불 사태의 늪에서 빠져나와 행복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히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 이와 함께 머지포인트가 그동안 추진해 온 사업 모델을 깨끗하게 되살릴 수 있는 방안도 투트랙으로 강구해야 한다. 인수합병(M&A) 방식이나 새로운 투자자·경영진이 참여해서 머니포인트가 새롭게 출발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서비스가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소비자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