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구름 같은 이야기

정치권에서는 그들만이 사용하는 독특한 화법이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한 견해를 묻거나 향후 계획을 답할 때 본인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각종 은유와 비유를 섞어 핵심에서 비껴 가는 것이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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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도 도마 위에 오르는 만큼 입조심 차원에서 택하는 방법이지만 정작 답변을 듣는 국민에게는 “그래서 결론은?”이라는 의문이 남는다. 때로는 주요 회의에서 정치인 서로 간에 “결론만 얘기하세요” 하며 다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용하는 단어는 거룩하고 말하는 태도는 진중하지만 정작 내용을 뜯어보면 알맹이가 없다. 그래서 정치권 내부에서도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 두루뭉술한 화법에 고민하는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2030 청년 세대의 영향력이 확인되는 등 점차 정치 세대 연령이 낮아지면서 더욱 구체화한 직설 화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선 정국에서 일부 후보가 직설 화법으로 주목받으면서 고민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선 후보의 직설 화법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공세에만 사용되고 있다. 정작 중요하다고 하는 각종 정책 공약은 여전히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넘쳐난다. 결국 표현만 다를 뿐 다수 공약은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정도의 느낌으로 차별화가 없다. 부동산 공급 확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적 안전망 강화 등의 필요성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지금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그래서 어떻게?”라는 방법론에 대한 직설 화법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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