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ICT창의연구소, 창의연구로 10년 뒤 내다본다..소부장 성과도 방대

연구개발(R&D)은 우리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기술력을 갖춘다면 국내 기술 발전은 물론이고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까지 가능하다. 반면에 기술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외국 것을 사서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조되는 것이 '창의연구'다. 우리 스스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외국 것을 흡수하는 것도 등한시할 수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뒤이은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확보 노력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우리가 갖추지 못한 기술은 비수가 돼 날아오기도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는 창의연구와 소부장 기술 확보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연구조직이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의 ICT창의연구소(소장 강성원)다. 새로운 것, 우리가 갖추지 못한 것을 추구해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ICT창의연구소가 꿈꾸는 미래와 이미 이룬 혁신적인 미래기술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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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사진 중앙)이 나노코리아 2021 ETRI 부스에서 강성원 ICT창의연구소장(오른쪽)에게 ETRI의 AR 디바이스 설명을 듣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창의원천 연구, 소부장 지원 두 마리 토끼 잡다

ETRI ICT창의연구소는 반도체연구소에서 시작해 소재부품연구소 이름으로 운영되던 곳이다. 과거 4메가 DRAM 개발을 주도해 반도체 기술 산실 소임을 다했고 소재부품연구소 시절에는 디스플레이와 광 라디오프리퀀시(RF) 소자까지 섭렵했다. 첨단 영역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명실상부한 국내 톱 수준 기술력을 갖춰 이전부터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다.

그러던 중 현 김명준 원장이 미래 추구와 혁신성 확보 가치에 더욱 무게를 둬 지금에 이르렀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신기술 개발을 중점 목표로 두고 창의원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 과학기술 자체 가치가 높으면서 사회와 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도 미칠 수 있는 신개념 도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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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ICT창의연구소 연구진이 광무선원천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모습.

핵심 특허를 분석해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주된 방법론이다. 그동안 연구계가 깨닫지 못한 새로운 목표, 난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4곳 창의연구만을 위한 '창의전문연구실'을 선정,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리기도 했다. '군집 뇌-행동 모델링 창의연구실' '마이크로파 반응 신소재 창의연구실' '위상학적 양자소재 창의연구실' '탠저블 인터페이스 창의전문연구실'이 주인공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추가될 전망이다. ICT창의연구소는 창의전문연구실을 올해 7개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기존 소재부품 역량이 있는 만큼 이번 소부장 사태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기술 확보가 시급한 핵심소재 품목 기술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디스플레이용 고해상도 컬러 포토레지스트, 이차전지 핵심소재, 고압전선 복합소재 및 센서, 초고해상도·초유연 디스플레이 백플레인 핵심소재, 전력반도체 핵심소재, 마이크로 LED 전사접합 핵심소재 등 소재부품 기술 자립화 핵심 R&D 수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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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ICT창의연구소의 양자기술연구진

소부장 기업 지원에도 힘쓴다. 산하 연구실 두 곳이 소부장 산업체를 기술 지원하는 국가연구실(N-Lab)로 꼽혔다. 2019년 12월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 N-Lab' '초고속 광통신 부품 N-Lab' 지정이 이뤄졌다. 이들은 디스플레이 및 광통신 부품 공정, 시제품 제작 등 6개 기업 상용화를 지원했고 공정 지원 101건 실무교육 4건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ICT창의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과 지난해 7월 '디스플레이 및 광통신부품 국가연구협의체(N-Team)' 협약을 체결하고 기업 애로기술 자문을 진행 중이다. 올해 1월부터는 소부장 기업 애로기술을 지원하는 '융합혁신지원단'으로 선정돼 현장 맞춤형 기술 자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보유한 기술·인력·장비 인프라를 활용해 3개월, 1년 등 다양한 기간과 수준의 기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ICT창의연구소는 파운드리 지원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자체 반도체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산업체를 위해 연구소가 보유한 실리콘 반도체·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를 이용한 공정 지원, 시제품 제작 등 기술을 지원 중이다.

화합물반도체 파운드리로는 기업 및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차세대 이동통신(5G·6G)용 초고속 광통신 소자, 전력반도체 소자, ㎔ 공정 및 장비를 지원 중이다. 실리콘 반도체 파운드리로는 디스플레이용 플렉시블 전자소자와 다양한 실리콘 반도체 공정 지원 및 소자 제작을 지원한다.

또 정부 지원으로 플렉서블 전자소재센터(FEMC)를 구축, 8종 기업지원 장비를 활용해 180건 기술지원을 수행했다. 관련 분야 연구공동체 활동을 통해 장비 공동 활용과 표준 공정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소 반도체 실험실 연구 인프라 오픈 플랫폼으로 ICT 소부장기업의 소자·공정 기술 개발, 분석지원 성과도 2019년 이후 1만672건에 달한다.

◇기존에 없던 신기술 개발 다수…소부장 성과로도 인정

ICT창의연구소는 혁신성을 갖춘 새로운 기술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디지털 엑스선 소스' 기술 경우 10년 연구 끝에 내놓은 창의원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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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가 바텍에 기술이전해 만들어진 치과용 엑스선 검사 장치

기존 엑스선은 아날로그 방식 신호를 써 제어가 쉽지 않았다. 선량이 과도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ICT창의연구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디지털 구동을 이뤄, 선량을 정확하게 제어해 방사선 노출은 반으로 줄이고 보다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했다. 다양한 엑스선 기기 글로벌 기술을 선도하는 기반이다.

이 기술은 소부장 성과로도 인정받는다. 기술을 이전 받은 국내 기업이 전량 수입하던 휴대 촬영용 엑스선 부품을 대체 국산화에 성공했다.

ICT창의연구소는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와 관련 컬러 포토레지스트 분야 신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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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전사 접합 공정으로 만든 마이크로 LED

성형 온도 100도 이하, 해상도 3000ppi(pixels per inch) 이상, 색재현율 80% 이상 고성능 컬러 포토레지스트 소재를 개발했다. 이는 증강현실(AR) 기기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다. 32대 9 화면비 세계 최고 수준 광시야각(46.6도)을 갖는 2400ppi급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이를 통한 AR 디바이스 개발도 이뤄 '나노코리아 2021' 전시회에서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 역시 포토레지스트 기술까지 섭렵했다는 점에서 소부장 기술로 평가된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전자 접합기술도 이목을 끌었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패널 기판으로 옮기는 전자 접합 공정비용이 막대해 저가화가 어렵다. 이에 전사와 접합을 동시 수행할 수 있는 신공정과 관련 신소재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공정시간은 기존 대비 10분의 1, 소재 비용은 10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게 했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계속 선도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양자 컴퓨터, 테라헤르츠(㎔) 기술 개발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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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의 초전도 기반 네트워크 연결형 양자컴퓨터 시스템

ICT창의연구소는 또 다른 새로운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 '㎔'가 역점 분야다.

양자컴퓨터 경우 세계가 주도권 확보에 각축전을 벌이는 분야다. ICT창의연구소는 5큐비트 초전도 기반 네트워크 연결형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구현하고 5큐비트 구동 컴퓨터 소프트웨어(SW)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양자컴퓨터 서버와 로컬 머신을 개발해 동작을 확인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서버와 로컬 머신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시스템을 구동 시연할 예정이다.

또 실리콘 및 질화규소 광도파로를 이용한 광 기반 4큐비트 양자 광집적회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상온에서도 작동할 수 있고 작은 크기로 집적이 쉬워 상용화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슈퍼컴퓨터 성능을 넘어서는 양자컴퓨팅 계산 능력을 구현할 계획이다.

㎔ 기술로는 터널형 전신 검색을 위한 차세대 보안 검색 시스템을 산·학·연 공동연구로 개발하고 있다. ㎔파는 1초에 1조번 진동하는 전자기파로 의복이나 신발 등을 투과하면서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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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보안검색 기술 개념도

이를 활용해 3차원 보안 검색 영상을 획득, 기존보다 정교하고 빠르게 비금속 재질 위험물도 검색할 수 있는 보안검색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2025년에 국내 인증을 획득한 후 인천공항 워크스루(Work-through) 보안 검색 시스템에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ETRI 테라헤르츠기술 R&D 성과를 집약, 차세대 보안 검색 시스템을 개발해 우리나라가 첨단 항공 보안 검색 장비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ICT창의연구소는 이 기술이 비파괴 검사 장비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 식품, 의료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될 전망이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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