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녹음파일 전체 공개하라" 요구
李 "딱하다" 짧은 반응 뒤 무대응
당 대표-대선주자 불화 불거지면서
경선 흥행·지지율에 악영향 전망
“저거 곧 정리됩니다.”
이 한마디에 국민의힘 경선이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경선 토론회를 둘러싼 내홍이 비전발표회라는 절충안으로 애써 봉합되기가 무섭게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예비후보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선거관리위원회 출범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와 대선주자간 갈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경선 분위기에도 타격이 가해지는 모습이다.
원희룡 예비후보는 1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준석 대표에게 윤석열 예비후보 관련 나눴던 통화 내용에 대한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원 후보는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곧 정리된다”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고 밝혔다.
이번 진실공방은 원 후보가 이 대표의 '정리' 발언을 언급하며 공정한 경선 관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제기됐다. 이에 이 대표는 '정리'의 대상이 윤 후보가 아닌 지금의 갈등 상황 해소라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이어 17일 오후 늦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원 후보와의 일부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고,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녹취록 공개 이후에도 원 후보가 녹취록 일부가 아닌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원 후보는 “이 대표는 지난 윤 후보와의 전화통화 녹음 파문에서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부분 녹취록, 정확하지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 일부만 풀어 교묘하게 비틀고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그냥 딱하다”라는 짧은 반응을 보이며 무대응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와 원 후보간 갈등이 되돌리기 힘든 수준까지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토론회 갈등에서도 원 후보는 이 대표의 당 운영을 오만과 독선이라며 날을 세워왔다. 결론이 어떻게 나던 둘 중 한 명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선을 앞두고 당 대표와 대선주자 사이 불화가 계속되면서 국민의힘은 경선 흥행과 지지율에도 빨간불이 예상되고 있다. 다른 대선주자들 역시 일련의 갈등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태경 예비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어느 나라 대통령이 사적 통화 내용을 왜곡해 뒤통수를 치나”며 “분별없는 연쇄폭로전에 우려의 뜻을 밝힌다. 원 후보는 대통령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최재형 예비후보는 대한노인회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시 분열 현상이 나타나는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당사자들이 진실을 밝히고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