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여야 간 합의 아래 법률에 수치로 넣는 방안을 논의한다. 만약 여야가 NDC 상향안을 정해 법률에 담기로 합의하면 관련 제정법안 통과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확정된 수치를 넣을지, 일정 범위로 넣을지, 정부 시행령에 위임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야가 탄소중립 관련법안을 제정하면서 NDC 상향안을 관련법안에 담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NDC 상향 시나리오를 묻는 질문에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안으로 여야가 합의, NDC 상향안을 수치화해서 탄소중립 관련 제정 법률에 담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답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에 제출했다. 당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2017년 배출량 7억910만톤 대비 24.4% 감축안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 세션에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연내 NDC 추가 감축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이르면 오는 17일 양당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환노위 간사 등 각 3명씩 참석해 NDC 상향안을 구체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NDC 상향안에 합의하면 그동안 여야 간 이견으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탄소중립기본법(가칭)'도 함께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기본법'에는 현재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법제화하는 것은 물론 NDC 감축안, 기후대응기금 신설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대응기금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금융 등에 사용될 기금이다.
한 장관은 “최근 지구촌 곳곳의 홍수와 폭염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전 인류의 당면과제”라면서 “탄소중립 기본법이 제정되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탄탄한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장관은 새로운 국제질서가 마련된 상황에서 법안이 제정되면 탄소중립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자력발전의 역할에 대해서는 원전이 2050 탄소중립 실천 과정에서 전력공급원으로서 일정 정도의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장관은 “미세먼지 등 모든 것을 탈원전 탓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현실은 노후 원전 2기만이 영구 정지됐고, 지금 운영·건설되고 있는 원전은 향후 60년 이상에 걸쳐 장기간 점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라면서 “2050 탄소중립 실천 과정에서 원전은 전력 공급원으로서 일정 정도의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지금은 재생에너지의 용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장관은 제주도 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와 관련해선 비행기 소음, 생태계 서식지 보호 등에서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보완 내용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제주도가 환경수용성 면에서 방문객을 수송하는 공항 문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3600만명의 방문객이 사용하고 남는 쓰레기, 하수, 분뇨 오염 처리 등 1차적인 환경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제주도가 기존 생태계를 수용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향후 역점 사업과 관련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주력할 예정”이라면서 “이와 함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기존의 대량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를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