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튜브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추가
레벨 4 이상 자율주행 시대 대비한 선제 조치
국내 업체는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전략 부재
주로 운송 수단으로 쓰였던 자동차가 최근 '차박(자동차 야영)' 등 차 안에서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차량 내 콘텐츠가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테슬라가 넷플릭스, 유튜브에 이어 월트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까지 추가하며 콘텐츠를 강화했다. 현대차를 포함해 국산차에선 찾아볼 수 없는 기능이다. 국산차 업계가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확보에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어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최근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2021.24'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주요 업데이트는 디즈니+ 신규 지원과 차량 주행 중 와이파이를 활용한 '핫스팟' 기능이다. 차량 내 즐길 콘텐츠를 강화시킨 테슬라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한국은 빠졌지만, 순차적으로 국내도 확대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는 테슬라가 2019년 9월 선보인 영화관 기능에서 쉽게 즐길 수 있다. 테슬라는 넷플릭스, 유튜브를 시작으로 훌루(실시간 방송),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 등에 이어 이번에 디즈니+를 추가했다.
핫스팟 기능은 자동차라는 공간을 미디어뿐 아니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정차 중에만 사용 가능했으나 운전자 외 다른 탑승자 편의를 고려해 이용 제한을 푼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의 OTT 서비스 제휴 확대는 운전자의 개념이 사라지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조치다. 현재는 주행 안전을 위해 정차 시에만 OTT를 이용할 수 있지만 향후에는 모든 탑승자가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국내 완성차 업체는 테슬라에 비해 인포테인먼트 콘텐츠와 관련, 뚜렷한 전략이 없다. 아직 OTT를 지원하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은 없다. 현대차그룹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전면 도입하기도 했으나 오픈소스를 활용했기에 구글 서비스인 유튜브를 지원하지 못한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차량을 내놓으면서 공간 활용성의 변화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인포테인먼트 강화 전략도 순차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 기업과 직접 제휴뿐 아니라 앱 마켓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K-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와 협업할 가능성도 있겠으나 전통적 미디어 콘텐츠의 경우 국가별 저작권 문제가 있어 해외 판매 차량에 적용을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미디어 업계에선 완성차 업체가 전통적 미디어 기업뿐 아니라 신생 미디어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차량 이용 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어 20~30분 길이의 콘텐츠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커넥티드 기술에 이어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차량 내 미디어 이용자는 뒷좌석 탑승자에 이어 앞좌석 탑승자로 확장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시대에도 차량 이용 시간은 제한적일 것이기에 완성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업체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