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일몰기한을 폐지하고 확인 유형과 업력별로 구분해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갖추는 안이 마련된다. 정부가 민간주도 벤처확인제도 시행, 제2 벤처붐 확산 등 환경 변화에 발맞춰 벤처기업 관련 지원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는 12월을 목표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997년 이후 10년 단위로 연장되던 일몰기한을 폐지하고 벤처기업 우대 지원 제도를 시대 변화에 맞게 새로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지원방식 차등화다. 현행 민간주도 벤처확인제도에서는 벤처기업 유형을 △벤처투자 △연구개발 △혁신성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약 90%를 차지하던 보증·대출 방식은 폐지되고 혁신성장 평가 기준이 새로 마련됐다. 각 유형에 걸맞은 차등화된 지원체계를 마련해 기업 성장 경로에 맞는 차등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업력별 차등지원 역시 주요 검토 대상 가운데 하나다. 현행 벤처기업법은 업력마다 필요로 하는 지원이 제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벤처기업을 하나로 묶어 지원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어느 정도 성장 단계에 이른 기업은 굳이 벤처확인을 필요로 하지 않고, 창업 초기기업은 벤처확인에 따른 세제 혜택 등 우대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벤처기업계에서는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은 이후에도 실질적 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지난 2월 민간주도 벤처기업확인제도가 새로 도입됐지만 막상 벤처확인 문턱만 높아졌을 뿐 정작 지원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간벤처 확인제도 도입 이후 10%가량 신규 벤처확인 기업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이 체감할 수 있을 만한 지원대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확인 방식이 개편된 만큼 수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벤처기업 숫자 자체보다는 질적 성장 가능성 여부가 향후 주요 지원 근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확인 요건도 새로 정비한다. 민간주도 벤처확인제도 도입에 따라 새로 도입된 혁신·성장성 평가에 대한 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혁신·성장성을 평가하는 기관 다수가 여전히 보증·대출 방식으로 심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등 새로운 투자방식으로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벤처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을 계기로 벤처기업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단순히 정부 차원의 지원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VC) 등 벤처투자자에도 혜택을 부여해 민간이 벤처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와 초기투자자까지 전폭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투자 손실을 우선 충당해주는 방식 등으로 정책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하반기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제도 개편 등 새로운 제도가 여럿 도입을 앞둔 만큼 벤처기업법을 재정비할 것”이라면서 “분야별 벤처기업 지원제도 개선안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