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데드존 없는 폴리머 전해질 개발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박문정 화학과 교수와 통합과정 민재민 씨, 손창윤 첨단재료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전고체 전지 이온 전도율을 떨어뜨리는 데드존(dead zone) 없는 폴리머 전해질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길 전망이다.

연구팀은 정전기적 상호작용에 의해 구조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고분자 고체 전해질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기존 2차원 패턴 구조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데드존에서 이온 이동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한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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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민재민 학생, 박문정 교수, 손창윤 교수, 정승원 학생

현재 에너지 저장장치는 대부분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한다. 리튬이온전지에서 이온은 액체로 된 전해질에 의해 이동하게 되는데 작은 손상에도 전해액이 누출돼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체상태 전해질을 사용하는 것이 전고체 전지이다. 특히 고분자 자체 유연한 특성 때문에 고분자 전해질 기반 전고체 전지는 충돌에도 안정적이고 인화성이 없어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낮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1.5배에서 1.7배가량 높아 더 오래가는 이점이 있다.

전고체 전지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음극과 양극 사이에 분리막이 없이 전극과 전해질만으로 구성된다. 연구팀은 고분자 전해질 내 정전기적 힘을 제어함으로써 새로운 나노구조 전해질을 개발했다. 정교한 합성법을 통해 서로 다른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이종의 고분자 전해질을 합성했다.

광범위한 분자 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컴퓨터를 기반으로 전해질 내부 이온분포를 국내 최초로 계산했다. 그 결과 수 옹스트롱(Å) 단위에서 전하분포를 규명하고 실험결과와 일치함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이종금속에서만 나타났던 특별한 나노구조를 고분자 전해질 소재로부터 관측했다는 것이 독창적이다. 나노구조가 형성되는 원인을 실험과 이론적 계산을 통해 체계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 고분자 전해질 Å단위에서 전하분포를 제어함으로써 2차원 패턴구조 대비 10배 이상 높은 전도도를 가지는 단단한 고체 전해질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첫 사례이다.

특히 고분자 전해질 합성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그룹을 유지하고 있는 박문정 교수와 AI시대를 맞이해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는 컴퓨터 계산 전문가인 손창윤 교수와의 만남이 큰 시너지를 냈다.

박문정 교수는 “새로운 나노구조는 기존에 획일적으로 보고되던 2차원적 구조와 비교해 큰 폭의 전도도 향상을 가능케 한다.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안전한 전지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사업, 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사업, 신진연구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에너지·화학 분야 권위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