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업 구상·인재 양성 주력
등기이사 유지…주요 의사결정 참여
넥슨 매각 재추진 위한 포석 분석도
NXC 신임 대표에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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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16년 만에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 대표에서 물러났다. 사내이사와 NXC 등기이사직은 유지한다. 김 창업주는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미래 사업 발굴과 인재 양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넥슨 매각 재추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XC는 29일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김 창업주는 사내이사로 재임하며 등기이사직을 유지한다.
김 창업주는 “이 대표는 넥슨 역사와 DNA에 대한 이해가 높아 NXC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을 수행하는데 최적 인물”이라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회사를 성장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보탬을 주는 기업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XC는 넥슨이 2005년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순환출자 방식에서 벗어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생겼다. 산하에 넥슨 산하 계열과 NXMH 등 투자전문 기업,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운영하는 NXCL, 레고호환 블럭 제조사 소호 브릭스, 가상자산과 연관 있는 코빗, 비트스템프, 아퀴스를 비롯해 버진아일랜드 소재 NIS, 김 창업주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와이즈키즈 등을 두고 있다. 연결대상 종속기업 수가 92개에 이른다.
앞으로 김 창업주는 혁신산업 발굴을 위한 투자와 인재 양성에 주력한다.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분야는 가상자산이다. 블록체인이 신산업 중개자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창업주는 2017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데 이어 유럽 거래소 비트스템프를 품었다.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해 트레이딩 플랫폼 구축에도 나섰다.
MZ세대를 대상으로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 서비스다.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투자 대상이 다양하게 거론된다. 올해는 1100억원 규모 비트코인을 매수한데 이어 2070억원 규모 비트스탬프 홀딩스 자본 증자에 참여했다. 아퀴스는 40억 상당 가상화폐를 추가 취득하는 등 88억원 규모 가상화폐를 사들였다.
NXC 대표 교체가 넥슨 매각 재추진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창업주가 와이즈키즈만으로도 새로운 투자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창업주는 2019년 자신과 부인이 보유한 NXC 지분 98% 매각을 시도했다. 10조원 이상이 거론된 몸값에 불발됐다. '던전앤파이터' 외 강력한 캐시카우가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후 허민 고문을 영입하고 '페리아연대기' '드래곤하운드' 등 진척도가 높았던 게임 개발을 중단하며 체질을 개선했다. 지난해 넥슨은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열고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18% 끌어올렸다.
김 창업주가 2013년 넥슨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후 게임사업 관여도가 낮아졌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김 창업주는 이후 투자와 병원설립, 아동 교육 등에 주력하다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을 계기로 넥슨재팬 등기이사도 사임했다.
김 창업주는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CX 대표를 맡아왔는데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저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