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메타버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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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인기협 회장

메타버스(Metaverse)가 부상 중이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단어만 회자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영역에 이미 존재한다. MZ세대는 제페토에서 만나 놀고, 직장인들은 게더타운을 통해 출근이 가능하다. 업무부터 놀이까지 메타버스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2021년 여름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학자들의 정의 속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상호작용이다. 단순한 가상현실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용자 간에 무언가가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그 무언가는 경제적 활동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활동이 될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뮐라크르'의 연장선이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인공물임에도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들의 상호작용이 현실감을 만들고 이 현실감이 또 사용자를 부른다. 결국 메타버스는 진짜 같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세계다. 시공간의 제약을 부수는 파괴적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메타버스는 이미 스스로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메타버스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로블록스를 떠올려 보자. 사용자는 로블록스 안에서 게임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

로블록스 안에서 사용자는 곧 공급자이자 창작자가 된다. 그 공급자로 인해 새로운 사용자가 들어온다. 이상적인 플랫폼 시장이 형성 중이다. 네트워크 효과가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일고 있다. 양면 시장의 확장은 곧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엔씨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이미 메타버스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그동안 각각 포털, 게임으로 사업을 펼쳐 왔지만 근래에는 메타버스에서 만났다.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글로벌 아티스트를 탄생시킨 하이브도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다. SM, JYP, YG 등 연예기획사도 그동안의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메타버스로 손을 뻗치고 있다. 기업을 넘어 산업 융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사용자 역시 창작자로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메타버스 안에서 무언가를 창작하고 새로운 커머스가 생겨나는 것은 이미 진행 중인 일이다.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도 충분히 창작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메타버스 안에 있다.

누군가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전문가로 탄생할 것이다. 이런 전문가는 기존 직업의 개념을 벗어난 사람이다. 글로벌 시장이 마주한 저성장·노령화 시대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 기회가 충만한 새로운 세계를 누가 만들어 가는가를 자문해 보면 역시 디지털 기업이다. 확장현실(XR), 혼합현실(MR) 등 하이테크를 기반으로 또 하나의 산업 동력을 만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한민국 동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길은 아무도 가 보지 않아 두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새로운 현상에 대해 늘 그렇듯이 메타버스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 역시 존재한다. 메타버스 내 범죄 관련 사법권, 가상화폐의 거래 수단 인정 등과 같은 법률적 문제가 대표적이다.

다만 걱정 때문에 이미 시작된 메타버스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지난 세월 만화 산업, TV와 인터넷도 초기에 많은 우려가 있었다. 인류는 이러한 걱정과 부작용을 현명하게 해결해 왔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새로운 흐름은 거대하며, 관련 비즈니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급격히 성장 중이다. 오히려 대한민국 메타버스 비즈니스가 도태되지 않도록 하는 접근이 필수적이다.

법률적인 문제는 정비하면 될 일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생태계와 비즈니스 창출에 걸림돌은 없는지 국가 차원의 관심과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국가의 미래 동력이 멈칫하지 않도록 말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shpark@kinterne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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