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원' 제시 가상자산거래소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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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사이트에 올라온 익명의 가상자산거래소 채용 공고.

한 익명의 가상자산거래소가 '업계 최고' '연봉 1억원 이상' 파격 대우로 개발인력을 대량 흡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정상급 업체들이 자사 채용 공고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등 글로벌 대표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 가상자산거래소는 백엔드·프론트엔드 개발, 블록체인 운영개발, 테크 리쿠르터, 프로젝트 매니저, 개인정보 담당자 등 20여개 영역에서 '업계 최고 대우'를 제시하며 대규모 개발인력 채용에 나섰다. 특히 QA리더, 사용자경험(UX) 개발자, 사용자환경(UI) 디자이너 인력은 대리·과장급 기준 연봉 1억원 이상 처우를 별도 제시했다.

해당 가상자산거래소는 '글로벌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라고 표기했을 뿐 정확한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원자 중 자격 조건이 맞는 경우에 한해 기업명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공고에는 담당 업무를 '빗썸 애플리케이션(앱), 빗썸 트레이더 앱 개발'로 명시하고 있어 배후에 빗썸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빗썸 회사명을 노출한 것이 단순 담당자 실수인지, 업무의 예시로 들기 위한 타 회사 언급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평소에도 회사명을 공개하고 상시 채용을 진행 중인 빗썸이 굳이 익명으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할 개연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빗썸은 이달부터 '빗썸 테크 아카데미' 등 별도 개발자 양성 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총 채용 규모가 최소 40~50명에 달해 빗썸(임직원 수 약 250명)이 일시에 채용을 진행하기에는 규모가 과도하고,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준비 등 기존 포지션과 중복되는 채용이 많다. 이번 채용 인력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할 경우 기존 인력들의 임금체계와 상이해 위화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업비트나 규모가 더 작은 코인원 역시 같은 이유로 후보군으로 보기 어렵다.

해당 채용을 진행 중인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 역시 “비밀유지협약을 맺고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 고객사 기업명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업비트·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분명 아니다”고 부인했다.

해당 업체가 '글로벌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라고 공고에 표기한 점을 미루어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설도 함께 제기된다. 이 중 코인베이스는 자회사를 통해 일본 시장에 지난 달 공식 진출했다. 코인베이스는 일본 진출을 6개월가량 앞두고 결제 계좌 운영 지원, 데이터 분석, 기술 전문가, 컴플라이언스 전문가 현지 인력을 대거 채용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거래소가 국내에 진출하려면 실명확인계좌 발급, 오더북 연동 금지 문제, 외환송금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는데다, 신고수리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은 진출을 준비하기에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코인베이스의 경우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은행 실명확인계좌 발급 등에 있어서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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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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