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앱결제 의무적용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키로 했다. 적용 시점을 사실상 내년 4월로 연장한 것으로 국내외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꼼수라는 비난이 거세다.
구글 개발자 블로그에 따르면 인앱결제 의무적용 유예를 원하는 개발자나 개발사는 이달 22일부터 도움말 센터를 통해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신청한 개발자나 개발사는 2022년 3월 31일까지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구글 관계자는 “신청자나 회사에 한해 새로운 결제정책 적용을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일괄적용이 아니고 개발사나 개발자가 따로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미 인앱결제 의무화를 한 차례 연기했다. 지난해 3분기 게임 외 앱에도 인앱결제 의무화 조치를 발표하며 올해 1월 1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반발이 거세자 적용 시점을 올해 10월로 미뤘다. 신청자에 한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적용시점을 또 한 차례 연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구글은 일부 앱 개발자나 개발사가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퍼미나 코치카 구글 플레이파트너십 부사장은 “많은 파트너가 10월 인앱결제 적용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일부 지역 엔지니어는 지난 한 해 코로나19 등 전염병 확산으로 평소보다 업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대기업은 물론 소규모 개발자 피드백을 신중하게 고려해 6개월 연장을 요청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전역에서 플랫폼 기업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것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플랫폼 기업이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달 내 법안 통과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장치를 만들고 나아가 국내 모바일 플랫폼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구글 본거지인 미국은 주 정부 차원에서 결제수단 강제를 비롯해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 주 등 36개주와 워싱턴DC는 올해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구글이 앱 마켓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걷는 것은 과도하다는 이유다. 세계 최대 게임엔진 회사로 꼽히는 에픽게임즈도 구글이 미국과 유럽에서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구글 인앱결제 정책이 의무화되면 웹툰, 웹소설, 음원 등 게임 외 앱도 매출 기준 최소 15%에서 최대 30% 금액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앱이 아닌 웹을 통해 별도 결제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구글이 앱 삭제, 심사지연 등 패널티를 부과할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콘텐츠 업계는 인앱결제 의무적용을 반대해 왔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이 앞서 부당함을 지적했다. 웹툰, 웹소설 등 중소 콘텐츠 업계도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거세게 저항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