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앱결제 의무화, 콘텐츠 다양성 저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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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기점으로 성장을 가속화하며 전 세계 인재와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룡화된 기술기업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20년을 뜨겁게 달군 미국 대선에서 뜻밖의 논란이 제기된 것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에 대한 이의 제기에 대해 트위터가 현직 대통령의 트위터를 차단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피소처럼 팔러(PARLER)라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옮겨 갔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구글과 연계, 일시적으로 팔러 앱의 구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팔러 앱 다운 항목을 삭제했으며, 아마존은 팔러의 웹 호스팅을 끊었다.

이러한 파격 조치는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소설 '1987'의 세상이 2020년에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자조가 만연했다.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에서 잠시 논란이 돼 주목받긴 했지만 이미 빅테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은 우리 삶 그 자체가 돼 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앱 개발사는 이용자 결제액의 15% 내지 30%를 구글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구글은 중소기업에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등 반발을 가라앉히려 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 36개 주정부 검찰과 워싱턴DC 검찰이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제소했다.

국내 인터넷 업계와 콘텐츠 업계의 적극적 반발로 대한민국 국회 역시 일명 '인앱결제 강제화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통과시키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구글의 조치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진영은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는 방식의 규제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피해가 예상되는 영세 창작자와 소비자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글의 조치는 기업 자율성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고,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끼워팔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앱결제 의무화로 수수료가 높아지면 당연히 콘텐츠 가격도 올라갈 것이고,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더 신중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려 할 것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나 신인 작가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알려진 대형 플랫폼에서 출시하고 이미 많은 사람으로부터 검증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을 무기로 확장해 나가야 하는 콘텐츠 시장이 대형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다.

더 많이 알려지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수록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결제할 것이다. 이러한 전개에서 콘텐츠 판매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콘텐츠 자체의 질적 수준보다 '마케팅'이 될 확률이 높다.

콘텐츠 기업을 조언하며 현장에서 창작자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다. 그들을 만나며 느낀 소회의 하나는 창작자는 정말 창작 그 자체의 열망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창작 욕구에 충실한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 낯선 상상을 접하며 때로는 함께 분노하고 때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이 되는 플랫폼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야기를 선택하는 주체는 개개의 소비자가 돼야 한다. 누군가 선택해서 던져주는 이야기만을 곱씹는 사회는 건강한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음지로 숨어들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결국 최종 피해자는 창작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접하기 어려워지는 우리 일반 시민이다.

김민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해외진출센터 자문위원(변호사) mj@pla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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