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29)라이브커머스 등 쇼핑 플랫폼 법제정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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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가 총애하는 후궁 동생에게 지독한 얼굴마비 증상이 있어서 어의(御醫)가 나섰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명의 허준은 근본 원인인 위암(胃癌)을 찾아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얼굴마비 증상을 낫게 했다. 서인(西人)의 거두 정철은 위암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반대파인 동인(東人)에 속한 허준에게까지 도움을 구한다. 허준은 말기 증상임을 직감하고 극약처방을 해서 독성 강한 부자(附子)를 넣은 약 2첩을 처방해서 보낸다. 그러나 정철은 끝내 허준을 믿지 못해 약 1첩만을 먹었고, 몇 개월 뒤 죽고 만다.

정부의 사업 규제도 마찬가지다. 시장 실패에 정부 실패를 더하면 산업과 미래는 망가진다. 불공정행위, 소비자이익 침해 등 시장 실패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서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 의사들이 서로 다른 처방을 내려서 환자를 괴롭히면 안 되듯 규제기관 간 역할 분담도 명확해야 한다. 기업의 존망을 가져오는 극약처방은 대안이 없을 경우 최후수단이어야 하고, 자주 쓰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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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 전환, 코로나19 팬데믹은 쇼핑 플랫폼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라이브커머스의 급성장이 그것이다.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상품을 소개·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이다.

TV홈쇼핑 등 기존 쇼핑 매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승인이나 엄격한 제작·심의 기준으로 진입장벽이 높고, 대본에 따라 일방적인 정보 제공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라이브커머스는 인·허가, 제작 등 별도의 규제 없이 진행자가 시청자와의 실시간 채팅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등 소통하면서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지난 2020년 약 1조7000억원, 오는 2025년 최소 10조2000억원에서 최대 25조6000억원으로 시장 규모를 추정하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라이브커머스 등 플랫폼업체의 입점업체 비용 전가, 과다 수수료 책정, 불투명한 상품 노출 기준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 제정안과 전자상거래 등 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을 각각 들고 나왔다. 공정위 법률안은 플랫폼업체의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계약 내용 변경 및 서비스 제한·중지·종료 시 사전 통지 의무와 거래상 지위 남용 제재 조항을 두고 있다. 방통위 법률안은 플랫폼사업자의 서비스 제공 부당 거부, 비용 등 전가, 차별 취급, 거래 상대방 제한, 구입 강제, 중요 사항 미고지, 거짓·과장 고지, 해지 거부 등을 금지 행위로 제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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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커머스 등 온라인플랫폼은 정부 인·허가 사업이 아니고 기존의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며 새로 법을 만들면서까지 호들갑을 떨 사항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법률안의 내용도 대동소이해 국민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한다.

사후 규제를 맡은 공정위가 공정경제를 명목으로 사전규제 시장에 진입하면서 규제기관 간 마찰을 부른다는 우려도 있다. 통신·방송 시장에서 소비자보호 책임을 지는 방통위와 일반시장에서 사후규제 책임을 맡은 공정위 간에 민간 활력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정책 배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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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커머스 등 쇼핑플랫폼을 규제하는 입법이 이뤄지면 TV홈쇼핑의 낡은 칸막이식 규제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데이터홈쇼핑의 생방송 송출 여부, 인터넷(IP)TV 등 TV플랫폼업체 채널편성권 보호,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 간 공정경쟁 환경 조성,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현재 및 미래 쇼핑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날카로운 정책으로 문제점만 도려내는 해법 등 시장의 기초체력을 허약하게 하지 않으면서 외과의(外科醫)적 성과를 내야 규제정책의 허준이라 할 수 있겠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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