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 게시판, 댓글, 블로그 등 사용자가 정보를 생산해서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웹 서비스에 쏠린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를 소비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사용자 참여와 개방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은 단기간에 미국을 넘어 글로벌 산업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의 괄목 성장과 더불어 전자상거래, 온라인 정보 제공과 교환, 미디어 시청,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에 혁신이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경제와 문화는 물론 개인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국내외 플랫폼 시장의 화려한 성장 이면에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형화된 소수 기업의 시장 장악, 지배력 남용, 중소사업자에 대한 불공정행위, 이용자 피해 등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온라인 플랫폼 산업 종주국인 미국의 하원이 걷잡을 수 없이 규모가 커진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해 엄중한 규제의 칼을 꺼내 들었다.
민주·공화 양당 의원이 사실상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대상으로 자사 서비스 우대, 잠재적 경쟁자 인수, 지배력 확장 등에 대한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곧장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 태생지에서 구체적 규제 법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건이다.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자사 상품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을 차별적으로 우대하거나 자본력으로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하는 폐해 등 미국 플랫폼 관련 법안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경쟁 저해 행위는 이미 국내에서도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주요 포털이 자사 서비스 입점 상품을 경쟁사 대비 상단에 노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또 콘텐츠 및 전자상거래 분야의 무분별한 스타트업 인수로 대형 플랫폼의 독점 공고화와 중소 스타트업 특허기술 탈취 의혹 등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 저해 행위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문제가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 간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 저해 행위는 서비스 질 하락과 가격 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 국회, 정부, 시민단체, 언론 등을 중심으로 공정하고 건강한 플랫폼 시장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기업이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 패러다임 혁신에 매진하도록 기업 친화형 시장 환경을 갖추는 것은 미래 산업 성장의 원동력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성숙기에 접어든 온라인 기반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위해서는 서비스 진흥과 더불어 활발한 경쟁을 촉진하는 생태계 조성으로 이용자와 사회 전반의 편익을 높이는 정책 방향 수립이 중요하다.
인터넷 개방성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경쟁을 표방하던 플랫폼 산업이 성장을 거듭할수록 전통 산업에서 나타난 독점화, 경쟁 제한 등의 문제를 드러낸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에서 자유 경쟁의 결과로 발전하던 대기업 체제가 경쟁 제한 등 부작용에 매몰되지 않고 경제 성장을 리드하기까지 적절한 법·제도가 뒷받침돼 온 역사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시장 균형 발전과 독점 해소, 기업 지배력에 의한 부당 행위 근절 등을 위한 제도 수립은 세계적 흐름 속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장점인 역동성·유연성·개방성이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 구축과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과 의무가 명확하게 정의돼 시장 참여자 전체가 긴 호흡으로 상생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의 토대가 다져지길 기대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 minsooshi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