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소기업계가 적극 호응하는 ESG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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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식 행사나 회의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이다. 가히 ESG가 대세라 할 정도다.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않게 열심히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백가쟁명 시대에도 중소기업 상황을 고려한 ESG 논의는 부족한 것 같다.

ESG를 대하는 중소기업인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막연한 두려움'일 것이다. 여러 가지 여건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ESG에 대해 대부분 수긍하면서도 막연히 새로운 규제로 변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또 영세한 수출 기업은 이것이 또 다른 무역장벽이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한다. 중소기업의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면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첫째 우리나라의 ESG 요소는 선진국과 달라야 한다. 특히 선진국의 S(사회) 분야 지표에서는 인권이나 안전 등이 강조되지만 우리는 상생이 특히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는 선진국의 경우 기업 간의 공정한 상생 거래 생태계가 이미 비교적 잘 갖춰진 탓에 상생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중소기업의 40%(벤처기업의 약 75%)가 대기업과 거래관계에 있어 이른바 '신경제 3불'(거래의 불공정, 시장의 불균형, 제도의 불합리)로 중소기업은 생존조차 버겁고 힘겨운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불과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의 중소기업은 모두 합쳐도 전체 영업이익의 25% 정도밖에 가져가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ESG 미달 협력사에는 납품을 제한하겠다는 모기업의 발표는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기술 탈취 의혹이나 불공정행위를 스스로 먼저 고치고, ESG를 할 정도의 적정한 납품가격을 보장하고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협력사라 해야 규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자칫 ESG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동반성장의 DNA를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ESG에 강력하게 심어야 한다.

둘째 중소기업에 대한 ESG 지표도 대기업과 달라야 한다. 대기업은 자체 인력이나 조직을 갖추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지표를 챙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이를 담당하는 인력도 자원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시중에는 600개 이상의 평가기관이 난립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부처별로 각각 한국형 K-ESG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 와중에 납품처별로 서로 다른 ESG 기준을 요구해 온다면 중소기업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소기업의 적응력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통지표로 중소기업 ESG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지표를 몇 단계로 나눠 중소기업 형편에 맞게 순차적으로 달성토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에 대한 ESG 지표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참여와 적극적인 의견 제시를 독려해야 한다. 다 만들어 놓고서 '지켜라' 하지 말고 '함께 만들어서 함께 실천하자'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ESG 지표가 기업 활동에 많은 제약을 주는 만큼 기업의 호응을 얻기 위한 사전적인 협의와 청문절차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에 불리한 생태계를 고치는 노력과 함께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ESG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과 정보 제공 노력을 강화하고, 유·무형의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정부의 발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

ESG가 우리 중소기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ESG가 중소기업에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이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newssw1@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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