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설치 '90일→10일'로 단축…한전, 세계 첫 해상풍력 일괄설치기술 개발

일괄설치선 'KMMB 1500' 진수식
비용도 37억 절감…원가 경쟁력 확보
서남해·신안·제주한림 단지 우선 적용

Photo Image
7일 전북 군산시 군산항 컨테이너부두에서 해상풍력 일괄설치선(KMMB 1500) 진수식이 열렸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왼쪽에서 8번째) 등 관계자들이 진수식을 개최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해상풍력 발전기를 10일 만에 바다에 설치할 수 있는 일괄설치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항구에서 해상풍력 발전기를 조립한 후 특수선으로 이동해 해상에서 3일만에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기존 공법 대비 설치 기간을 80일 단축하고, 비용도 37억원 줄였다.

한전은 서남해 해상풍력과 신안해상풍력에 이 공법을 우선 적용하고 향후 개발할 해상풍력 발전단지에도 공법을 확대 적용한다. 해상풍력 개발 원가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은 7일 전북 군산시 군산항 컨테이너부두에서 해상풍력 일괄설치선 'KMMB 1500' 진수식을 열고, 해상풍력 일괄설치기술을 공개했다.

해상풍력 일괄설치기술은 항구에서 발전기 하부 기초구조물과 상부 터빈을 조립한 후 전체 구조물을 들어올리고, 선박을 활용해 바다로 운송·설치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특수제작된 선박을 일괄설치선(MMB)이라고 한다. 한전이 이날 공개한 'KMMB 1500'은 최대 1500톤의 중량과 구조물 높이 140m 고중량·초장대 풍력터빈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들어 올려 운송할 수 있다. 한전은 선체 운동 해석기술, 운송 전복방지기술 등을 적용해 운송설치 시스템을 최적화했다.

한전은 일괄설치선과 기존에 개발한 석션기초 설치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기술보다 설치비는 37억원, 설치기간은 80일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주로 활용되는 공법(자켓구조+SEP 바지선 활용)은 설치비용 86억원을 투입해 90일이 걸려 설치해야 했다. 기존 해상풍력 설치 방법은 하부기초(자켓)를 말뚝을 박아 지반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암반굴착과 시멘트액 주입 공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전이 석션기초에 KMMB 1500을 활용해 해상풍력을 설치하면 5㎿ 해상풍력 발전기 기준 49억원을 투입해 10일 만에 해상풍력을 설치할 수 있다.

이준신 한전 전력연구원 부원장은 “기존 공법 대비 약 절반 수준으로 비용을 줄였다”면서 “대량으로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면 굉장히 많은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석션기초 설치기술'을 일괄설치선에 결합해 공정을 단축했다. 석션기초 설치기술은 대형강관을 해저면에 거치한 후 석션펌프를 이용해 파일 내부 물을 배출하고, 이때 발생된 파일 내외부 수압차를 이용해 기초를 지반에 관입하는 해상풍력 하부기초 설치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관입하는 시간은 10~13시간에 불과하다. 시멘트로 경화하는 과정도 필요 없기 때문에 환경오염 위험도 적다.

Photo Image
7일 전북 군산시 군산항 컨테이너부두에서 석션버켓 하부구조물 방식 해상풍력 발전기(오른쪽)와 해상풍력 일괄설치선 KMMB 1500(왼쪽 아래)가 있다.

이날 군산항 컨테이너부두에서는 유니슨의 4.2㎿ 풍력 터빈이 적용된 해상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일괄설치선이 대기하고 있었다. 일괄설치선은 군산항 인근 남방파제 연구실증사이트로 출항해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전은 우선 1.5GW 신안 해상풍력사업, 1.2GW 전북 서남권 해상 풍력 사업과 100㎿ 제주한림 해상풍력 사업에 이 공법을 적용한다. 민간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소규모 해상풍력단지와 기상탑 설치·해체 등 다목적 해양작업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MMB 개발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해상풍력 선진국인 유럽조차 아직 완수하지 못한 쾌거”라면서 “MMB를 활용한다면 '2050 탄소중립'의 핵심인 해상풍력발전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