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례 행사된 '최저임금 줄다리기'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경영계와 노동계의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법정 시한을 넘긴 7월까지 계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명분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인 만큼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다. 양측의 첨예한 시각 차이로 인해 최종 심의가 공익위원의 손에 맡겨진 것까지 예년과 달라진 게 없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역시 결국 공익위원이 제시한 최저임금이 채택될 공산이 크다.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반발할 것도 불 보듯 뻔하다.

기초자료 해석에서부터 의견이 갈린다. 양측의 제시안은 서로가 공감할 명확한 산출 근거가 마땅히 없다. 저마다 근거와 지표를 제시하지만 시각이 다르니 합의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 매년 여론전이 되풀이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역시 마찬가지다. 기초자료가 없으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09년에 실시한 연구에서는 지역별 차등 적용을 위해서는 통계자료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역별 통계자료는 아직도 완비되지 못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도입 초기부터 연구가 없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업종별 차등 적용을 위한 기초자료 연구는 개시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가 최저임금제에 손을 놓고 공익위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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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안팎으로 경영 환경과 노동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단기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긱(gig) 경제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무인 매장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전통산업은 다양한 신산업으로 발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서로가 마냥 줄다리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익집단의 자기 이익이나 정치권의 표 계산만으로 최저임금을 논할 수는 없다.

산업 구조와 고용 방식 전반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를 거쳐 새로운 경기장에서 새로운 규칙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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