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갤럭틱 11일, 블루오리진 20일 발사
'1호' 타이틀 경쟁…우주관광 시대 개막
우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보다 9일 빨리 우주여행을 떠난다.
민간 우주기업 '버진갤럭틱'은 1일(현지시간) 이달 11일 발사될 우주비행선에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승객 4명, 조종사 2명이 탑승해 우주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0일 베이조스가 타게 될 '블루오리진' 발사 일정보다 빠르다. 업계는 브랜슨 회장이 블루오리진 일정을 고려해 이보다 앞선 날짜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브랜슨 회장은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어머니는 내게 절대 포기하지 말고 별을 향해 손을 뻗으라고 가르쳤다"며 "7월 11일, 버진갤럭틱 우주선을 타고 그 꿈을 현실로 바꿀 것"이라고 전했다.
◇ '준궤도 우주관광 1호' 타이틀 가져간다…박차 가하는 '버진갤럭틱'
준궤도 우주관광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버진갤럭틱이 기획 중인 우주여행은 지구 상공 90km까지 올라가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지구의 가장자리(둥근 테두리)를 보고 돌아오는 상품이다.
최대 6명의 승객과 2명의 조종사를 태울 수 있도록 설계된 우주선 '유니티(Unity)'를 특수 제작된 모선(母船) 항공기에 실어 13km 상공까지 올라간다. 이어 유니티가 모선에서 분리, 로켓 엔진을 점화해 고도 90km까지 올라갔다 비행기처럼 활강하며 내려오는 방식이다.
우주선 유니티는 2004년 버진갤럭틱 설립 이후 22번 테스트됐다. 이에 11일 계획된 비행에는 '유니티 22(Unity 22)'라는 미션명이 붙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엔 세 번째 우주 궤도 비행에 성공하며 상업용 우주여행 상품 출시에 한발 더 다가갔다.
지난달 25일엔 미국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우주 관광 면허를 받았다. 요금을 지불한 고객들을 로켓에 태워 우주여행을 떠날 수 있는 상용화 비행을 허가하는 내용의 면허다. 버진갤럭틱은 "상업 목적으로 고객들을 우주선에 태울 수 있게 됐다"며 "우주 관광 현실화를 위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버진갤럭틱은 연내 세 차례의 추가 시험 비행을 진행한 뒤 내년부터 일반 승객들을 태운 우주 관광을 시작할 예정이다. 버진갤럭틱 왕복 우주선 티켓 가격은 장당 20만~25만달러(2억3000만~2억8000만원)로, 사전 예약 건수는 이미 600건을 넘어섰다.
◇ 민간이 키우는 우주산업…블루오리진, 스페이스X까지
이제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우주산업을 키운다. 우주관광 비즈니스는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갤럭틱',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까지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활기를 띠고 있다.
세 기업은 모두 2000년대 초 설립됐다. 설립부터 우주여행 실현까지 약 20년이 걸린 셈. 이제부터는 치열한 경쟁에 들어간다.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 상품은 버진갤럭틱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간다. 지상에서 '뉴셰퍼드' 로켓을 쏘아 올려 고도 100km에 도달, 우주 경관을 즐긴다. 여행을 마친 유인 캡슐은 이후 낙하산을 펼쳐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지구 대기권과 우주 경계선 '카르마 라인'까지 올라가는 비행은 발사부터 착륙까지 약 11분이 소요된다. 이 중 3분간은 안전벨트를 풀고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20일로 계획된 발사에는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동생 마크 베이조스, 2800만달러(약 312억원)에 티켓을 낙찰받은 고객 등이 탑승할 예정이다.
베이조스는 오는 5일 그가 창업한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려놓는다. 사퇴 발표 당시 그는 "이제 블루오리진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며 우주 산업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여행 분야에서 경쟁사에 비해 다소 뒤처진 상태다. 현재 공개된 계획은 오는 2023년 달에 다녀오는 것.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로켓 '스타십'에 일본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를 포함한 민간인을 태워 총 6일간 달 궤도 여행을 떠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