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R&D 투자집행 5년 연속 하락...'혁신 후퇴' 우려

2016년 4466억→지난해 3497억 내리막
신기술 영역 난도 높아 성공률 낮아져
전체 에너지 R&D 예산 40%로 영향력 커
하반기부터 신규과제 1.5배 확대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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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최근 5년간 한국전력 연구개발(R&D) 추이

한국전력공사의 연구개발(R&D) 투자 집행 금액이 5년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R&D 책정 예산은 늘었지만 외형적인 R&D 성과는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한전은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 R&D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기업이다. 한전 R&D 성과가 에너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생태계 혁신 역량이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의 R&D 집행금액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이어 하락했다. 한전 R&D 집행 예산은 2016년 4466억원, 2017년 4340억원, 2018년 3994억원, 2019년 3630억원, 지난해 3497억원으로 줄었다. R&D를 완료한 과제 수도 2017년 91건에서 지난해 78건으로 하락했다.

한전은 최근 5년 동안 R&D 예산 책정을 늘리면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한전이 책정한 R&D 예산은 2016년 4227억원, 2017년 4362억원, 2018년 4307억원, 2019년 4270억원, 지난해 4449억원, 올해 4554억원으로 매년 확대됐다. 그러나 책정된 R&D 예산과는 다르게 실제 집행되는 R&D 금액은 매년 감소하면서 책정과 집행 예산 간 괴리가 발생했다.

한전은 전력 산업과 에너지 산업 관련 선도 기술을 개발한다. 경영본부 내 경영연구원, 기술혁신본부 내 전력연구원, 기술기획처,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등에서 R&D 예산을 나눠 담당한다. 한전이 한 해에 투자하는 R&D 예산은 정부 에너지 전체 R&D 예산의 40%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다. 자체 R&D 연구도 수행하지만 국내 대학이나 기업과도 협업하기 때문에 국내 에너지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이 때문에 지난달 취임한 정승일 한전 사장은 탄소중립 시대 한전의 기술개발 역량을 강조했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전 분야의 선제적 기술 혁신, 과감한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최근 신기술 투자를 강화하면서 과제 성공률이 낮아졌고 R&D 예산 집행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와 전력 신기술 등 새 영역에서 고난도 R&D 과제를 수행하다 보니 과제 성공률 또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4일 “신기술을 개발하다 보니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과제를 발주하더라도 세계 신기술이다 보니 함께 수행할 파트너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한전은 올 하반기부터 R&D 과제 수를 확대한다. R&D 과제 성공률이 떨어지는 만큼 시작 단계부터 많은 R&D 과제를 시행하겠다는 시도다. 한전 관계자는 “신규 R&D 로드맵을 수립해서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할 방침”이라면서 “R&D 시작 과제를 기존 대비 1.5배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무 구조가 악화하면 R&D 확대에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지난해 4조원대 흑자를 기록해 투자 동력을 확보했지만 올해 원가연계형 요금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적자까지 예상되고 있다.


<표>최근 5년간 한국전력 연구개발(R&D) 금액(단위: 백만원)

한전, R&D 투자집행 5년 연속 하락...'혁신 후퇴' 우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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