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약국 '닥터나우' 비대면 진료 '엠디톡'
건강기능식품 구독 '모노랩스' 저변 넓혀
기존 사업자와 충돌…지속성 장담 못해
"정부 세밀한 육성책으로 예측성 높여야"
정부가 코로나19로 한시 허용했거나 규제샌드박스로 임시 허가를 내준 서비스들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서비스가 승승장구할수록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방향 등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빠르게 사업을 정의해서 사업 예측성을 높여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약국 서비스 '닥터나우', 비대면 진료건강상담 서비스 '엠디톡',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모노랩스' 등 의약계 분야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빠르게 고객 저변을 넓혀 가고 있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가 원격 의료서비스를 한시 허용하면서 원격진료 및 처방전 원격 전송, 처방약 배달 등 '의료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원격진료가 300만건을 넘어섰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애플리케이션(앱) 전체 순위에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닥터나우의 성장세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대한약사회의 반발에 부닥쳐 2개월여 동안 서비스를 중단하고 정부의 허용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또 최근 서비스가 급성장하자 대한약사회는 한시 허용을 끝내 달라는 요구를 정부에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닥터나우 외 원터치 약배달 서비스 '바로필', 건강상담 비대면 진료 앱 '엠디톡' 등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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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나우 서비스를 운영하는 닥터가이드 측은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피벗(Pivot, 사업 전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건강기능식품을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모노랩스도 국내에선 불법이었다.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한데 모아 팔 수 없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판매'를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으로 지정하면서 서비스 빗장이 풀렸다. 모노랩스는 1개월치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최근 약국에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달 18개 약국에 적용될 예정이다.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이어서 20개 약국까지만 허용된다.
모노랩스 측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는 관련 법 개정을 전제로 한 시범사업”이라면서 “약국업계 일부에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새로운 서비스 등장이 약국산업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꾸준하게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업계에서는 한시·임시 규제 허용으로 탄생한 서비스 가운데 시장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은 정부가 빠르게 혁신정책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형 플랫폼 서비스가 해외에 진출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국내에서만 서비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벤처업계 전문가는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로 검증받은 서비스는 정부가 나서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면서 “특히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업계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는 상황인 만큼 규제보다 세밀한 육성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