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보장과 시빅 해킹 그리고 리빙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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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사회보장데이터연구소장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질병, 실업, 빈곤, 장애, 노령, 사망 등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국가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소득과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급여 제공을 통해 사회보장 의무를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회보장을 위해 공공 제도와 민간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제공되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전달체계가 신청주의에 입각하고 있어 사회보장급여 수급권자나 이를 필요로 하는 사회취약계층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도나 프로그램 자체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다. 보건복지부는 복지로 등 전문포털을 통해 사회보장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은 이마저도 접근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민간에서 제공하는 사회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은 전달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어디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는지 공공서비스보다 찾기가 더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이해관계자가 직접 참여해서 복지 사각지대, 아동학대, 사회취약계층 돌봄 등 사회보장 관련 이슈를 해결하는 '시빅 해킹'(civic hacking)과 '리빙랩'(Living Lab) 도입을 제안하고자 한다.

시빅 해킹이란 시민이 협업을 바탕으로 공공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사회적 이슈나 정부 시스템 등을 개선하는 사회운동을 말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공적 마스크 구매 줄서기, 다중이용시설 명부 작성 등으로 불편이 초래된 가운데 시민 주도로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이용자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안심번호 개발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것이 대표 사례다.

리빙랩은 이해관계자인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 등을 활용해 시험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취약계층을 돕는 것을 말한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의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재활용 쓰레기를 지정된 쓰레기통에 버렸을 경우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스마트 쓰레기통' 프로젝트, 대전 갑천의 돌다리 침수로 인한 인명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론과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갑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건너유' 프로젝트 등이 있다.

시빅 해킹, 리빙랩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개인의 일상이나 지역 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또는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으로 IoT를 통해 개인이나 지역 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여건은 조성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및 사회서비스 등을 위해 지역별로 상시 활동하는 공무원·사회복지사·방문간호사·요양보호사와 사회서비스 제공 인력 등을 비롯해 택배기사, 지역 공인중개사, 집배원, 구독서비스 배달직원 등으로부터 개인이나 가구 상황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또 지역 내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과는 산·학·연 협업체계가 구축돼 있다.

지자체 단위로 특화된 데이터와 정보를 활용하고 디지털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를 접목해 시빅 해킹 및 리빙랩 방식으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하거나 위험이 예측되는 사례를 찾아 적합한 사회보장급여가 제공되도록 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또 위기 아동 조기 발견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맞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사회보장유레카 2021, 국민행복 서비스 발굴·창업경진대회'에서 발굴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자체 단위로 특화된 시빅 해킹과 리빙랩 참조 모델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와 개념검증(PoC)을 통해 그 가능성을 진단할 계획이다.

시빅 해킹과 리빙랩은 사회보장급여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온디맨드 방식으로 자신 또는 이웃이 처한 사회적 위험 상황을 적극 표현하거나 발견해서 위험 해결 및 해소에 필요한 사회보장급여, 민간에서 제공하는 사회취약계층 프로그램 등을 능동적으로 찾아 추천하고 필요한 경우 새로운 서비스 수요를 발굴해 제안함으로써 현재 신청주의가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영규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사회보장데이터연구소장 ygpark@ss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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