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NT, 산업 혁신 위한 핵심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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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나노융합2020 사업단장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12년 시작한 '나노융합2020사업'이 가장 모범적인 다부처 공동 연구개발(R&D) 프로젝트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나노기술(NT) 관련 중견·중소기업들의 사업화 실현을 넘어 매출 신장, 지식재산권(IP) 확보, 고용 확대 등 다양한 경제효과를 이끌어 낸 덕이다. 산업부와 과기부가 의기투합해 국내 NT 산업 활성화를 위한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며 부처별 R&D 경계 등 여러 장애물을 극복했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은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산업부와 과기부' '정부와 기업' '기업과 시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나노융합 사업화를 통한 신시장·신산업 발굴에 힘을 보탰다. 지난 9년간 '나노융합2020'이라는 거대한 함정을 이끈 박 단장은 이번 사업에서 얻은 다양한 성과가 국내 NT 산업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노융합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미래 경쟁력으로 성장할 씨앗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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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나노융합2020 사업단장(오른쪽)과 양종석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장

대담=양종석 산업에너지부장

-'나노융합2020사업' 내용과 목표는 무엇인가.

▲나노융합2020사업은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나노기술'(특허)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정부 지원, 즉 세금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급적 조기 사업화해 시장 진입 기회를 놓쳐 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신시장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 핵심 취지다.

우리나라 나노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양대 축인 산업부와 과기부가 사업을 지원했다. 그동안 투입된 예산은 양 부처를 합해 총 1437억원 규모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R&D 사업은 다양하다. 나노융합2020사업은 정부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선행연구에서 나온 나노기술 성과를 사업화하는 것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특허는 우수 연구성과 사업화 경로를 기반으로 기업 신제품 아이디어와 연결해 사업화했다. 연구자의 전문성은 기업 현장 신제품 개발 현안을 해결하는데 활용해 신제품이 제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지원했다.

-NT 기반 신시장 창출이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면.

▲급진전 중인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동시다발적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는 산업 전반에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신호탄이 됐다. 경제 중심 국제 질서 재편, 기술패권주의 부상,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대응 등 굵직한 이슈들이 한꺼번에 녹아들면서 대변혁이 시작됐다.

그 중심에 자리하는 기술·산업혁신은 현재 정치·경제 이슈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기술과 산업 모두 정체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 뿐이다. 양국은 7㎚에서 5㎚, 다시 3㎚로 내려가기 위한 경쟁 중이다. 이 와중에 미국이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매우 엄중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는 모두 NT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거의 모든 기술·산업혁신의 중심 혹은 정점에 있는 NT를 빼놓고는 혁신을 생각하기 어렵다.

'나노융합2020사업' 성과가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혁신의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NT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경쟁력 발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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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나노융합2020 사업단장

-'나노융합2020사업' 주요 성과를 소개해달라.

▲통상 정부사업은 여러 부문에서 장기간에 걸쳐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이제 막 마무리한 사업 효과를 언급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외부기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업으로 51개 기업이 83개 신제품을 사업화해 7050억원 매출을 올렸다. 신규 고용 창출 효과는 74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경제효과는 전 산업에 생산유발액 1조5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4000억원, 취업자 수 2750명으로 각각 분석됐다.

특히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신제품 사업화에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56개월에서 26개월로 30개월을 단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제품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환경에서 사업화 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인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

-다부처 협력 체계는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

▲부처 간 협업은 서로 다른 역할이 있고 추구하는 바가 달라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담당 공무원이 자주 바뀌는 상황을 감안하면 여러 부처가 장기간 일관된 의지로 갖고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전략적으로 투자한 NT 분야 사업화에서는 기초원천연구를 지원하는 과기부와 산업 및 R&D를 육성하는 산업부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산업부와 과기부는 지난 9년간 흐트러짐 없이 협업했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지원했다. 양 부처 국장·과장 등이 참여하는 이사회와 운영위원회가 각각 17회, 44회나 열린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또 나노소사이어티 전문가들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열심히 참여한 것도 양 부처 협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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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참여한 기업들 반응은.

▲기업들은 사업 초기 정부가 주도하는 '기술 사업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기존 기술개발 사업 정도로 이해했기 때문에 불만이 상당했다. 신제품 아이디어와 시장 규모를 평가하고 실제 매출 발생 수준을 확인했기 때문에 '왜 이리 유별나냐?'라는 말도 들었다. 심지어 형식적으로 기술을 이전받고 사업화 흉내를 내는 기업도 있었다.

목표 제품과 매출, 과제 규모와 기간을 모두 스스로 정하라고 하자 모두 당황해 했다. 주어진 과제에 내용을 채워 넣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직접 내용과 목표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불편해 했다.

사업단은 시장 흐름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이 스스로의 책임으로 기술 사업화에 참여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9년은 실험적 아이디어를 사업에 적용할 만큼 긴 시간은 아니다. 기술과 시장의 흐름, 참여자의 마음을 한꺼번에 읽고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 방식을 찾아내야 했다. 이후 기업들이 사업단 운영 방식이 사업화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틀로 자리 잡았다.

과제 기간을 3년 이하로 설정한 것은 아쉬웠다. 기간을 조금 더 늘리면 기업들에 여유가 주어진다. 사업단도 매출을 발생시킬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물론 사업 기간이 길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다 다른 기업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다만 이유를 막론하고 사업단장으로서 기업에 너무 큰 부담을 지게 한 것 같아 미안함을 느낀다.

-정부는 후속으로 '나노융합2030사업'(가칭)을 기획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상이 급변하고 있고, 산업 환경도 소용돌이 치고 있다. '혁신'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동력을 요구한다.

후속사업은 나노융합2020사업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체계와 운영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NT가 가진 원천성과 파괴적 특성을 혁신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나노융합2020사업은 시장 메커니즘을 기술 사업화에 적용해 기업의 NT 수요를 충족시켰다. 나노융합2030사업은 한 발 더 나아가 NT를 기반으로 궁극적 혁신 사례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NT 사업화 수요자는 기업이며, 사업화 성공에 초점을 두고 원천연구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노융합2020사업에서 얻은 학습 효과와 나노융합2030사업에서 습득할 경험을 합해 '효과적 기술 사업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구체화될수록 차별화 기술을 요구하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에 따라 R&D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지만 효과적 기술 사업화 연계 방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나노융합2030사업이 이 같은 '기술 사업화'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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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나노융합2020 사업단장

○박종구 단장은…

천성이 재료공학자인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은 경북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1984년 첫 발을 들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세라믹공정연구센터장, 나노재료연구센터장, 나노과학연구본부장 등을 두루 거치며 연구에 몰두했다.

2010년 이후 지식경제부 연구개발특구기획단장, KIST 다원물질융합연구소장을 각각 역임했다. 2012년 9월부터는 나노융합2020사업단장을 맡아 전체 사업 방향을 진두지휘했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KIST 우수연구원,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정리=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사진=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