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된 '나라장터' 디지털 신기술 기반 재구축
혁신조달 경진대회 개최·스카우터 제도 시범 운영
마케팅·공급계약 지원 '패키지형 기업 육성' 추진
기술혁신·일자리 확대 '전략적 조달자' 역할 강화
지난해 공공 부문 전체 공공조달 계약실적이 175조원을 돌파했다. 전년과 비교해 9.9%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조달정책을 추진, 기업들의 숨통을 틔어줬다는 평가다. 조달청은 물품 구매·공급과 공사계약관리, 주요 원자재 비축사업, 정부물품 및 국유재산 관리,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운영관리라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혁신제품을 조달청 예산으로 구매해 수요기관에 제공하고, 시범사용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평가·피드백하는 혁신제품 시범구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기술이 접목된 혁신제품을 공공기관이 직접 사용해보도록 해 혁신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높여주고 판로를 열어줬다. 2002년 개통돼 노후화된 나라장터를 디지털 신기술 기반으로 전면 재구축하는 사업도 올해부터 시작한다. 차세대 나라장터가 구축되면 조달기업 편의와 공공기관 업무효율이 높아지고 시스템 안정성과 신뢰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혁신기업 성장 지원과 행정서비스 품질 향상이라는 전환점에서 김정우 조달청장으로부터 미래 조달청의 역할과 청사진을 들어봤다.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으로 사업 추진계획과 강점이 있다면.
▲나라장터는 2002년 개통해 현재 약 47만개 조달기업과 6만개 수요기관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20년째 접어들면서 장애 증가와 속도 저하, 검색불편 등 시스템 노후화에 따른 이용자 불편 가중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 제공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2017년부터 장기적인 계획아래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을 준비해왔으며 올해 6월 말부터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구축사업자로 SK C&C가 선정됐으며 사업기간 3년 동안 약 1000억원을 투입한다. 오는 2023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시범운영을 거친 후 2024년 상반기 중 정식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한다. 3개팀 26명 규모의 차세대 추진단도 신설해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나라장터의 전반적인 화면과 기능을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종합쇼핑몰도 국내외 유수 민간쇼핑몰 수준으로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환경변화에 대응해 모든 조달업무를 비대면과 종이서류 없이 처리하려 한다. 아울러 26개 공공기관 자체조달시스템도 나라장터로 단계적으로 이용전환(통합)해 중복운영에 따른 예산낭비를 줄이고 기업 불편도 해소할 계획이다. 차세대 나라장터가 구축되면 조달기업의 편의와 공공기관의 업무효율이 크게 향상되는 동시에 나라장터의 안정성과 신뢰성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조달 통계·데이터발전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추진 배경과 공공조달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조달청은 매년 축적되는 방대한 양의 공공조달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통계보고서, 원천데이터, 빅데이터 분석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공개 범위가 입찰·계약 관련 사항으로 한정돼 조달정책 효과 분석 또는 민간 비즈니스 창출 등 정책·산업적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난 4월 통계·데이터 신뢰성, 활용도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공조달 통계·데이터 발전 3개년 계획'을 마련해 발표했다. 우선 다양·적시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통계작성 대상을 계약→입찰·계약·대금지급 등 조달 전반으로 확대하고, 업체정보 보유기관과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조달청 이외 공공조달 관련 통계를 생산 중인 중기부 등 의무구매제도 시행기관과 협의해 공공조달 관련 통계 집계주체를 조달청으로 일원화도 추진한다. 연구용역, 공모전, 경진대회 등을 통해 수요자 중심 통계·데이터를 발굴하고 정책 활용, 사업 창출이 가능한 신규 통계·데이터를 개발·개방할 예정이다. 이용 편리성·정확성도 강화한다. 온통조달, 빅데이터시스템, 조달정보개방포털, 조달통합정보시스템(DW) 등 4종의 통계·데이터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공공조달 통계허브 구축이 목표다. 조달데이터의 소재정보·연관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데이터 관계도인 조달데이터맵을 개발하고, 데이터 사용자의 이해 향상을 위해 시각화 콘텐츠 개발·제공한다.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심층 품질진단을 실시하고, 자체조달·재정정보시스템의 정보코드 표준화를 추진한다. 관리체계 개선과 전문성도 향상된다.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하고, 데이터 업무 관련 절차·기준을 재정비하는 한편, 전담인력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가 교육, 자격증 취득 지원 및 민간 전문가 채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달청은 이런 계획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정부 정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이용자들이 다양한 통계·데이터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최근 권역별 혁신제품 전시회 등 조달청 핵심 정책인 혁신조달 성과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혁신조달 성과와 앞으로 추진 방향은.
▲지난해 혁신조달 정책 기반을 확고히 하고 구체적 성과를 본격적으로 창출해 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조달사업법'을 전면개정해 혁신제품에 대한 공공구매 지원, 제품 구매 담당자 면책 조항 등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모두 345개 혁신제품을 지정해 66개 제품을 시범구매대상으로 선정, 289개 기관에 283억원 규모의 시범사용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혁신제품 구매액(1801억원) 중 15.7%인 283억원에 달하며, 총 4690억원의 혁신구매를 달성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혁신제품 343개를 추가 지정했고, 445억원 예산을 투입해 혁신제품 시범구매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혁신조달 분위기 확산을 위한 혁신조달 경진대회도 실시한다. 다수 국민과 해외 바이어들이 참석하는 나라장터 엑스포 행사에 혁신조달 경진대회를 개최, 우수 사례를 국민과 공유하고 혁신조달의 성과 확산을 가속화 할 예정이다. 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해 혁신수요 인큐베이팅과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를 시범 진행할 계획이다. 수요 인큐베이팅은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과 기관이 제기하는 아이디어를 민·관 협력을 통해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해 수요자제안형 과제,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혁신조달 방안과 연계하는 사업이다.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기술 혁신성은 있으나 조달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기업과 제품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해 혁신조달의 풀을 확대하고 혁신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혁신조달을 통해 우수 혁신기업과 제품이 공공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 혁신제품 사례를 소개하면.
▲피씨엘의 다중면역진단 시스템이 있다. 기존 진단 키트와 달리 최소량 혈액으로 다수 질병을 동시에 진단해검사비용·시간을 대폭 축소하고 사용자 편의·신뢰성을 높였다. 2019년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되고 대한산업보건협회의 한마음 혈액원에서 시범 사용을 진행, 정부납품 기업이라는 신뢰도를 높였다. 혁신제품 지정 이후 기업 매출이 전년 대비 450억원 증가했고, 그 가운데 92%를 수출을 통해 달성했다. 매출 증대와 더불어 2019년 대비 15명을 추가 고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 의료기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각 국가 맞춤형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 개발로 진단 의료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이 기대된다. 네스엔텍의 임무용 소형 드론 시스템도 대표 혁신제품으로 꼽을 수 있다. 해당 제품은 데이터·영상 통신 시스템 일원화를 통해 1인이 휴대하고 운용할 수 있는 다목적 드론 시스템이다. 2019년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돼 한국공항공사와 충북소방본부에서 시범 사용을 진행한 바 있다. 순수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소형무인기 시장과 지상통제 분야에서 외산 제품을 대체했다. 특히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해 데이터 유출을 예방, 보안성 강화로 군 및 국가 주요시설 경계 등의 임무에 활용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달청 추진 중인 해외진출 지원사업은.
▲포화상태인 국내 조달시장과 달리 해외 조달시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우리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성장 발판이 되고 있다. 2019년 기준 해외 조달시장의 규모는 약 10조3000억달러로 추정되는 거대한 시장이지만 우리기업의 참여 비율은 1% 내외로 다소 저조했다. 법령, 제도, 자국기업 우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작용해 공공조달 전문성이 있는 정부기관의 지원이 필수다. 조달청은 2013년부터 G-PASS(Government Performance ASSured)제도 운영을 통해 다양한 조달수출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2019년 전담팀을 신설해 본격 지원체계 구축했다. 수출 전략기업 육성사업, 입찰지원사업, 바이어 상담회 등 직·간접 지원사업과 해외입찰정보 실시간 제공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G-PASS기업 수 및 수출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해 지난해 832개사 지정, 7억4000만달러 수출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K-방역 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 사업이 국내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 K-방역 해외조달시장 진출 통합지원사업과 K-방역 온라인 나라장터 엑스포를 통해 1208만달러(약 133억원)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 6개국에 마스크(KF94, 덴탈, 면), 비접촉온도계, 얼굴가림막, 고글, 공간살균제 7개 품목을 수출했다.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 KF94 마스크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560만달러(약 62억원) 상당을 미국에 수출했다. 또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업의 UN입찰을 지원해 13개사 UN조달시스템(UNGM) 벤더 등록 성과도 거뒀다. 올해도 K-방역, 전략기업 육성사업 등을 중심으로 역량 있는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사업을 집중 추진한다. 수요가 활발한 방역·의료 제품 수출 지원을 위해 지난해 이어 K-방역 통합지원사업 추진한다. 맞춤형 컨설팅 등 기업역량 강화와 현지 조달업체와 공급계약까지 종합 지원하는 2개년 패키지형 전략기업 육성사업도 추진한다. 관계부처·수출유관기관과 협업을 통해 혁신조달기업의 해외진출지원 강화방안도 수립·시행할 계획이다. 혁신조달기업 10% 이내를 제외하고는 수출실적이 없거나 초보수준으로 수출 양극화가 큰 편이나 수출관심도는 높다. 혁신조달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내 공공수요물량 의존을 탈피해 적극적인 해외수요 개척과 진출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정부 및 수출유관기관의 해외진출 지원 사업에서 우대하고 영문전용 SNS를 개설·운영으로 혁신제품 인지도를 높이며 전문지원센터를 통해 여러 부처(기관)의 지원시책을 기업맞춤형으로 통합 제공할 예정이다.
-조달청이 백신유통보관 등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명하면.
▲조달청은 유통·보관, 접종, 접종관리에 필요한 조달물자를 최우선적으로, 조달절차를 단축해 신속·정확하게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유통에 필수인 콜드체인 유지 배송은 SK바이오사이언스·녹십자와 계약을 체결했다. 백신 보관에 필요한 초저온 냉동고는 전국 예방접종센터에서 주문하면 바로 납품이 될 수 있도록 쇼핑몰 계약을 마무리했다. 의료기기법에 따라 품질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현장에 설치할 때는 적격성 평가를 거치도록 해 예방접종센터에서 냉동고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를 확인한다. 백신 접종에 필요한 주사기 9170만개를 계약, 접종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공급 중이며, 하반기에 사용할 백신용 주사기 5700만개도 추가 계약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예방접종 관리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사업도 긴급 입찰절차를 적용해 계약해 서비스 중이다. 조달청은 방역당국과 적극 협의해 신속한 공급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올해 정부 출범 4주년이다. 정부 정책에 부응한 조달청 주요 성과는.
▲정부 출범 후 4년 동안 공공조달의 양적 확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더욱 의미 있는 성과로는 조달청이 물자를 구매하여 제공하는 전통적 역할을 벗어나 사회적 가치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전략적 조달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연간 176조원 규모 공공조달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창업·벤처기업이 커 나가는 '성장사다리'를 제공하고, 혁신제품 수요 기반을 확대해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사회경제적 기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등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이라는 정부 경제기조를 실현하고 있다. 혁신조달은 신기술·융복합의 혁신상품을 정부가 선도적으로 구매해 줌으로써 기술혁신 기업이 공공조달시장에 진입→성장→도약 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를 제공하고 있다. 벤처나라는 초기 창업·벤처기업의 조달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제품을 홍보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전용몰을 구축해서 창업·벤처기업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김정우 조달청장은>
1968년생으로 신철원종합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학 석사, 영국 브리스톨대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시 40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장 등과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제20대 국회의원(경기 군포갑)과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거쳤다. 김 청장은 국가재정 분야 전문가로 행정부, 학계, 국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폭넓은 경험과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공공혁신조달, 차세대 나라장터 등 주요 조달혁신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 청장은 제20대 국회의원 시절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공공조달 혁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