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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네비게이션 영화 포스터.

한 노부부가 차를 타고 가고 있다. 남편은 운전을 하고 부인은 조수석에 앉아 지도를 보며 길을 알려준다. “여기서 우회전해야 해” “속도 좀 줄여 딱지 떼겠다” “주차 금지구역이야” 부인은 길 가는 내내 잔소리를 한다. 그러자 남편이 녹음기를 꺼내며 앞으로 잔소리를 얼마나 하는지 녹음해 들어보자고 으름장을 놓는다.

계절이 바뀌고 요양원에 들어간 부인은 남편에게 이른 생일선물이라며 내비게이션을 선물한다. 홀로 집에 오는 길, 남편은 내비게이션이 설정한 경로대로 가지 않는다.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라는 기계음이 끊임없이 나오자 남편은 내비게이션을 조수석 서랍장에 집어넣다가, 자신이 오래전 넣어두었던 녹음기를 발견한다. “저기 봐 무지개가 떴네. 예쁘다” “체리 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었어” 남편은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헝가리 영화의 날 상영된 '나만의 내비게이션(My Guide)'이라는 단편 영화는 지도를 이용했던 그때 그 시절 아날로그 감성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제는 지도를 잘못 봐 모르는 길을 돌아가며 경치를 구경하고 새로운 길의 정취를 느끼기 어렵다. 최적 경로, 규정 속도 등 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지도를 대체해서다.

내비게이션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서울시 '똑똑한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전방 신호등 색상과 남은 신호 시간까지 초 단위로 알려준다. 사각지대 보행자와 충돌위험, 터널 내 정차·불법 주정차 차량 위치 등 도로 위 위험도 안내한다. 서울시는 서비스 상용화 시 급감·가속 등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나 연료 낭비, 운전자 부주의로 유발되는 교통사고가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텔레콤은 'T맵 미식로드'를 통해 이용자 맞춤형 맛집을 찾아내 길을 안내한다. T맵 내비게이션은 이용자 1800만명이 5년간 쌓은 18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맛집을 추천한다.

'맞춤 맛집'과 '동네 맛집'으로 카테고리를 분류, GPS 기반 '내 현 위치'에서 맛집을 찾을 수 있다. '나의 최근 맛집'을 활용하면 이용자 최근 맞춤 맛집 검색 이력을 10개까지 저장해 재방문하고픈 맛집으로 이끈다.

네이버는 KT와 협력, 실시간 교통정보와 패턴 등을 생산해 내비게이션이 예측하는 주행 소요 시간 정확도를 높였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았으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를 받을 일도 줄어든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최근 휴대폰에서 활용 가능한 위치보정정보(SSR) 기술을 공개했다.

영화에서 노부부가 서로에게 맞춤형 길잡이였듯, 내비게이션도 이용자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언젠가 내비게이션이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픈 이용자도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내놓기를 기대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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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네비게이션 영화의 한 장면.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