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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e심(eSIM) 도입 논의를 시작한 건 국내 이용자 요구와 글로벌 시장 상용화 추세를 반영한 결정이다. e심은 소프트웨어(SW) 다운로드 방식으로 가입자 식별 정보를 단말기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이용자 가입 비용을 줄이고 선택권을 다양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장에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면밀한 기술적·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

◇이용자 편의·선택권 강화

과기정통부는 2021년이 e심 도입 최적기라고 판단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2022년 말까지 세계 5억개 이상, 2025년에는 24억개 이상 스마트폰이 e심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말 e심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 갤럭시S21과 아이폰12 등 글로벌 시장에서 e심을 지원하는 최신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우리나라도 e심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과기정통부는 e심 도입으로 이용자 편의와 선택권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e심을 활용하면 기존 유심(USIM)과 병행해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두 개 이동통신회선을 지원해 '세컨드폰'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에 국내 최초 e심 서비스를 제공한 한국케이블텔레콤(KCT)에 따르면 e심 이용자는 개인 번호와 업무용 번호를 분리해 사생활을 보호하는 데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 유심 배송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 이용자가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고 단말기를 개통할 수 있다는 점, 해외여행 시 유심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은 이용자 편의를 배가하는 요인이다.

소비자 선택권 강화는 장기적으로 이동통신 이용행태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e심을 이용할 경우에 음성은 이통사의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로 데이터는 알뜰폰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조합해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사용 가능하다. e심 도입으로 번호 이동이 쉬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통신비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 일본 총무성도 자유로운 번호이동을 통한 경쟁효과를 노리고 e심을 상용화했다.

◇기술적·법적 개선 필요

이통사는 유심칩 판매 수익 하락과 번호이동 절차 간소화로 가입자 지키기가 어려워지지만 e심 도입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사는 e심 서비스 전면 상용화를 위해서는 고시 개정 등 제도적 과제보다 기술 관련 사안에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는 자체 유심카드관리(UCMS) 서버와 고객에 e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서버가 추가로 필요하다. 두 개 서버를 연동하기 위한 전산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몰에서도 e심을 개통하기 위한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e심 활용에 따른 선택약정과 공시지원금 적용 방식도 새롭게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르면 '지원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에 대해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용자는 요금할인과 공시 지원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데 e심 도입 이후 공시 지원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가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두 개 회선에 두 번의 요금 할인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와 결론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는 커버리지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에 비교해 하나의 통신사만 이용해도 통신 서비스 이용에 크게 불편함이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e심 활성화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는 점을 고려해 이용자 선택권 차원에서 e심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통신 전문가는 “비대면 사회에서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다수 고객이 온라인 가입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e심은 이용자 선택권 차원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과기정통부가 e심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