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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박찬훈 혁신로봇센터장

TV나 인터넷에는 하루가 다르게 신기한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개처럼 걷는 로봇,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로봇을 보면서 곧 세상이 뒤바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왜 아직 우리 주변에서는 로봇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까. 아직 로봇은 비싸고, 사용하기 어려우며, 비싼 가격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상황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사회로 진행이 빨라짐에 따라 로봇에 대한 수용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쉐프처럼 다양한 요리를 해주고, 식기를 세척기로 옮기고, 집안을 정리해주며, 빨래를 개주는 로봇이 있다면 조금 비싸도 성능이 제한적이어도 한번 적용해 볼 의향이 있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케이블이 포함된 조립작업처럼 작업 난이도가 너무 높아 수작업으로만 이뤄졌던 공정에도 로봇을 적용해 자동화해보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적절한 가격에 이러한 로봇을 공급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불특정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시장 기대치와 공급 가능한 기술 사이에는 아직 격차가 크다.

예를 들어 가사 작업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로봇 핸드 기술이 개발돼도 그것만으로는 사용자 기대에 부합하기 어렵다. 정밀한 감각기능과 적절한 탄력을 갖춘 외피(피부)가 있어야 하고, 잡는 행위로 인한 물체의 변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일상생활 중에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에도 정상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스스로 경험을 쌓으며 상황 대응능력과 조작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이런 기술들은 대부분 아직 개발단계이거나 성능에 제약이 많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고 로봇 기술 도약을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수준 높은 핵심 요소 기술 확보는 필수다. 그러나 모든 요소 기술들이 궁극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직 완전하지 못한 개별 요소 기술들이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유기적으로 융합되면서 상호보완을 거쳐 최종적으로 사용자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연구 분야를 아우르는 수많은 연구가 유기적 융합을 목표로 계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단순한 기술 통합을 넘어 최종산물로서의 로봇에 녹아들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결과물을 창출하도록 하는 연구체계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기계연구원 '혁신로봇센터' 발족은 큰 의미가 있다. 기계연은 로봇부품부터 협동로봇, 로봇지능, 물류로봇, 장애인지원로봇, 의료로봇, 필드로봇에 이르기까지 50여명 박사급 연구원이 다양한 분야 로봇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 도구를 다룰 수 있는 인간형 로봇핸드, 어떠한 형상 물체도 파지가 가능한 만능 그리퍼, 옷처럼 간단히 입으면 착용자 근력을 보조할 수 있는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 하지 장애인의 정상적인 걸음을 도와주는 로봇의족 등 세계 최고 수준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로 주목받았다.

혁신로봇센터는 이처럼 풍부하고 수준 높은 연구진을 하나의 씽크탱크에 담아 기획 단계부터 최종 연구개발(R&D) 완료단계까지 유기적인 기술 융합을 위한 효과적인 연구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됐다. 수준 높은 세부 단위기술의 유기적인 융합으로 일상을 바꾸고 미래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 로봇 기술'을 효과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다.

이런 융합의 토대 위에 발전하는 로봇 기술은 곧 대한민국 로봇 기술 도약을 이끄는 열쇠가 될 것이다. 미래를 바꾸는 로봇기술이 우리 기술진에 의해 실현되는 날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있다.

한국기계연구원 박찬훈 혁신로봇센터장 chpark@kim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