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경영진들은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가운데 공공조달 분야의 개선이 가장 더디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30.9%는 '창업·벤처기업 시범구매 등 공공조달 시장 혁신방안'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부처 합동으로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연 135조원 안팎에 이르는 공공구매력을 활용해 정책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전략조달'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는 공공조달시장에 창업기업제품 의무구매제도를 도입해 공공기관이 최소 8% 이상을 구매하도록 했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더디다는 점이 공공구매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모험자본 공급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응답기업의 28.2%가 혁신모험펀드, 성장지원펀드 등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필요로 했다. 신규 벤처펀드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기업은 자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초 기술 성과만으로도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기술기반 벤처·창업기업 복합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기술력을 갖춘 초기 창업 기업이 재무적 성과 없이도 자금조달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면밀한 정책 검토가 요구된다.
스마트팩토리 구축 지원 사업 역시 불만이 적지 않았다. 13.7%가 스마트팩토리 관련 정책에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중기부는 중소·벤처기업에 스마트공장 보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보급 기업의 공정을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중소기업계 안팎에선 보급 사업이 양적 확산에 치중해 있고, 산업 현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계의 이해도가 부족한 것 역시 불만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밖에도 민간금융기관의 연대보증폐지, 하도급 거래시 기술자료 요구 최소화 등이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한 정책으로 꼽혔다.
벤처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완전히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책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 수요를 정책 발표 이후에도 꾸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