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 추가 확장재정책을 예고하면서 물가상승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2.6% 상승한 물가에 더해 향후 재난지원금 지급·경기개선·고용회복 등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늘어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가 물가상승 추세에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당국의 물가관리 대책이 안이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0일 정부 등에 따르면 당·정·청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더 걷힌 세수 약 32조원을 활용한 2차 추경을 검토하고 있다.
추경 규모로 지방교부금 등을 제외한 20조원에서 추가세수 전액인 32조원을 뛰어넘는 수치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추가 확장재정책이 예고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정부가 시중에 푸는 돈이 늘어나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시장 수요를 자극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요컨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이른바 보복소비 등이 시장 곳곳에서 분출될 경우 물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학계는 “경기가 좋아지며 수요가 늘어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확정재정책은 상승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2.6% 오르며 4월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제유가 급등세와 농산물 인상분이 재료비에 반영되며 공업제품 뿐 아니라 서비스가격까지 전반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물가상승률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지원을 강화하면 3분기에는 물가안정세에 접어들어 연내 2% 이내로 물가를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최근 물가상승에 있어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물가 흐름이 국제유가 추이, 코로나19 전개 양상 등을 물가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 농축수산물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등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면서도 “앞으로 경기 회복세가 강화되면서 시차를 두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제유가가 지난해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고 수요 측 물가압력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중에도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며 지난해에 비해 오름세가 상당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도 '인플레 우려'가 팽배하다. 미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작년 대비 4.2%(연율 기준)까지 치솟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의 최대폭이다.
주요 선진국 물가의 경우 12년여 만에 최대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36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