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자동차 부품기업 독일 보쉬가 대규모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가동한다.
보쉬는 7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에 웨이퍼 팹(반도체 기판 생산시설)을 오픈했다고 밝혔다. 10억유로(약 1조3522억원)가 투입된 이 공장은 보쉬의 130년 역사상 최대투자 규모다. 이날 오픈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유럽연합(EU) 집행위 부위원장, 미하엘 크레치머 작센 주 총리가 버츄얼로 참석했다.
보쉬는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보이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해 올해 9월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전동 공구에 장착하는 반도체는 다음 달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드레스덴 웨이퍼 팹엔 현재 250명 직원이 근무 중이며 설비 투자가 끝나면 800여명으로 늘어난다.
보쉬 이사회 의장인 폴크마 덴너 보쉬그룹 회장은 “반도체는 핵심 기술이며 이를 자체 개발하고 제조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드레스덴에서 인공지능(AI) 도움으로 반도체 제조를 다음 단계로 올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웨이퍼 팹은 보쉬의 첫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공장으로 AI와 사물인터넷(loT) 결합을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지속적인 생산 개선의 토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쉬는 세부 생산능력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첨단 300㎜ 웨이퍼를 사용하는 데다 클린룸 면적도 기존 공장 두 배에 가까워 단순 계산으로 네 배 이상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AI가 오류 징후까지 미리 감지하고 공정상 편차를 즉시 수정하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고객사가 제품 출시 전 진행하는 테스트에 드는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공장은 전동화 차량의 DC/DC 컨버터에 사용되는 전력 반도체 칩이 300㎜웨이퍼로 생산된다. 이 웨이퍼의 구조폭은 65나노미터(㎚)로 보쉬의 독일 루틀링겐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훨씬 작다. 독일 루틀링겐 반도체 공장에서는 150㎜ 웨이퍼와 200㎜ 웨이퍼가 생산된다. 또 드레스덴 공장은 두 개의 웨이퍼를 생산하는데, 실리콘 기판으로 만들어진 웨이퍼는 180㎚, 탄화 규소로 만들어진 웨이퍼는 400㎚다. 드레스덴 공장 가동으로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