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친족분리 제도를 악용해 대기업 집단제도의 감시망을 회피하는 사례로 LG·SK·LS 등을 제시했다.
당국은 앞으로 친족 분리 이후 지배력을 갖는 회사도 감시하도록법 시행령을 개선했다.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를 재벌이 피하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다.
7일 공정위에 따르면 오는 14일까지 입법예고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친족 독립경영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친족분리는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의 6촌 이내 친족이나 4촌 이내 인척이 운영하는 계열사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대기업집단에서 분리하는 제도다.
현행 시행령은 친족 측 계열사가 대기업집단에서 분리되는 것이 결정된 이후 3년간 거래현황을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부당한 내부거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친족분리 이후 해당 친족이 새로 설립해 지배력을 가지게 된 회사에 대해서는 감시수단이 부재한 실정이다.
만일 친족분리된 계열사가 사라진 경우에도 해당 친족은 계속 감시망 밖에 있다.
이날 공정위 관계자는 “LG, LS, SK 등에서 분리된 친족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려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LG의 경우 동일인인 구광모 회장의 여동생 구연경 씨 남편이 운영하는 자산 운용사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가 문제의 예시가 됐다.
LG 주식을 2.86% 가진 구연경씨가 2019년 6월 남편과 함께 독립을 신청해 구광모 회장 친족에서 분리됐는데, 이때 일가 지분율이 31.96%에서 29.10%로 떨어져 사익 편취 규제 기준치(30%)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후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는 같은 해 12월 해산할 때까지 매출액이 없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분리친족이 새로 지배력을 확보한 회사도 분리 후 3년간 사후점검 대상에 포함해 기업집단 측과의 거래내역을 제출하도록 개정했다.
친족의 독립경영 결정이 취소되거나 분리친족이 지배하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친족 지위를 복원하는 방안도 담았다.
공정위는 해외 계열사도 동일인이 의식불명이거나 실종선고를 받는 등을 제외하고선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국내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회사뿐 아니라 국내 계열사 주식을 가진 해외 계열사 주식을 하나 이상의 출자를 통해 연결해 소유한 회사도 공시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이 조항은 사실상 롯데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롯데의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물론, 롯데홀딩스를 통해 간접 출자하고 있는 광윤사(고준샤·光潤社)도 공시 대상이 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지정된 71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국내계열사에 직접 출자한 해외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집단은 22개였고, 63개 해외계열사가 58개 국내계열사에 직접 출자하고 있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