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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유레카, AT&T 다시 통신회사로.”(Eureka, AT&T Is a Phone Company Again)

AT&T가 3년 전 100조원 가까이 투자한 타임워너를 스핀오프해서 디스커버리와 합병한다는 뉴스를 게재한 언론 기사 제목이다.

필자는 'AT&T, 미디어 왕국을 향한 갈지자걸음'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두 번에 걸쳐 다뤘다. 지난해에는 AT&T TV 출시에 대해, 올해는 2015년에 인수한 DirecTV를 매각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각각 다뤘다. 갈지자걸음이 시즌2에서 끝날지 후속편이 있을지 질문을 던졌다. 시즌2에서 드라마가 끝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란 언급도 했다.

그런데 인수한 타임워너의 스핀오프를 결정하면서 결국 시즌3을 끝으로 미디어 왕국을 향한 걸음을 멈추고 기사처럼 다시 통신회사로 방향을 튼 것이다. 혼란스럽던 갈지자걸음을 마치고 본업인 통신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AT&T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5세대(5G) 이동통신과 광네트워크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새로운 AT&T는 오는 2023년까지 2억명을 커버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와 2025년까지 광네트워크를 현재의 두 배 이상 넓힐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 사업을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본업으로 잘해 온 통신 사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사실 AT&T의 결정은 콘텐츠 비즈니스에 발을 담근 지 얼마 안 돼 중단 결정을 내린 대표 경쟁자인 버라이즌보다는 좀 늦은 것이다.

AT&T 결정에 대해 미국 언론은 “이제 올 것이 왔다”는 평가가 다수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유레카, 다시 통신회사로 돌아왔다'는 것. 그러면서 TV 비즈니스는 통신비즈니스와 다르다는 레슨을 수년에 걸친 많은 시행착오를 걸쳐 배웠다고 지적했다.

비록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시점에서 미디어 산업과 통신 산업 간 차이에 대한 논의의 의미가 없을 수 있을 것이다. AT&T의 미디어 산업 스핀오프 결정은 방송과 통신 서비스나 현상은 융합되고 있지만 산업 자체의 특성 및 본질은 아직 차이가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사가 소유한 막강한 콘텐츠로 1억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디즈니플러스조차 콘텐츠 양이나 성장 속도가 아직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이니 스트리밍이 대세인 미디어 산업에서 스케일 크기에 따라 성공이 좌우되듯 벌어지는 콘텐츠 투자 규모를 통신회사 시각에서는 아직 감당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미디어 산업 전문가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말미암은 스케일조차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디어 산업의 급속한 변화가 3년 전 타임워너 인수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통신회사인 AT&T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5G와 광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을 연결하는 '커넥티비티' 투자에 초점을 맞춘 브로드밴드 회사로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AT&T가 새로 출발하는 회사의 71%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 망 제공 사업자'인 '덤 파이프(dumb pipe)'가 아니라 콘텐츠를 채운 '파이프'로 가입자를 확보, 유지, 소통하겠다는 것 아닐까 한다. 또한 그동안의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파이프 속에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 거대 통신회사의 방송 산업 접근 방법을 보면서 미국 통신회사는 줄지어 갈지자를 걸으며 방송 사업에서 실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통신사는 방송 시장마저 이제는 3분할하고 있으니 국내와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최종 결과는 아니다. 시장은 계속 요동칠 것이고, 정부 정책에 기대 비교적 쉽게 얻은 성과가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도 여전히 먹힐지는 회의적이다. 5G 등 본업에 대한 탄탄한 기초를 다져 놓고 미디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하는 책임을 넘어 스트리밍 시대에 '덤 파이프'로 남지 않으려는 혁신적 고민이 필요한 때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