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수술대에 오른다. 신입생 등록률은 크게 하락, 국공립대학 가운데 80%도 채우지 못한 대학이 나왔다. 올해 전국 대학 충원율은 91.4%로 4만586명의 미충원이 발생했다. 미충원 규모는 2024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다간 다 함께 죽는다'는 위기감이 대학가에 팽배하다. 미충원을 막기 위해 정원 감축이 꿈틀대고 있다.

누구나 정원 감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는 논쟁처럼 선뜻 칼을 뽑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정원 감축은 다음 정부로 미뤘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통해 오는 8월 말 일반재정지원 가능 대학을 선정한 후 내년 3월까지 자율혁신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적정 규모는 다음 정부가 출범한 내년 하반기에야 권역별 학생 충원 현황과 자체 정원 조정 규모 등을 파악, 산출한다. 기준이 되는 유지충원율을 충족시키지 못한 대학에는 차등을 두고 정원 감축 권고를 한다. 입시 일정을 감안하면 2024학년도 입시에서나 적용할 수 있다.

위기감은 커지고 있지만 수술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당장 미충원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조정은 2년 후에나 가능하다. 미충원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는데도 이렇다. 학령인구 감소로 말미암은 미충원 예고는 무려 20년 전부터 나왔다. 대학 정원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19년 전인 2002년 출생률과 맥락을 함께한다. 예고된 '재앙'이지만 이번 정부에서 정원 감축 노력은 미흡했다.

대학의 의미를 따졌을 때 정원 감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방에서 차지하는 대학의 지위는 엄청나다. 지역 산업을 유지하는 동력이다. 학생 한 명이 먹고 생활하면서 쓰는 비용은 지역 경제를 순환시킨다. 지방에서는 지역 국회의원보다도 대학 총장이 대접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충원율에 따라 대학 정원을 감축한다면 지방 대학부터 시작할 텐데 이는 균형발전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서울 소재 대학 정원을 감축하면 당장 경쟁률이 높아지는 것 때문에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에 맡기지 않고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론을 내렸다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사전 준비 없이 올해 갑자기 정원을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아무리 비판한다 하더라도 이번 정부에서의 정원 감축은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꾸 미루다 이 지경까지 왔다. 다음 과제만큼이라도 정면승부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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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