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담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업체들이 잇따라 사기 사건에 연루되면서 동산담보대출 불신이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60여억원 원금 상환 지연을 겪는 시소펀딩 대표 A씨는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시소펀딩 홈페이지는 지난해 8월부터 신규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사실상 운영을 멈춘 상태다. 원금 및 이자상환이 9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시소펀딩은 명품의류, 마스크, 매출채권 등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상품을 주로 다뤘다.
동산담보대출이란 부동산이 아닌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동산담보로는 축산물부터 시작해 생활잡화, 전자어음, 매출채권 등 다양하다.
2018년 5월 금융위원회가 동산담보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모든 금융권은 동산담보에 주목했다. 여기에 P2P업계도 동산담보 대출을 확대했지만 부실업체들이 속출했다.
동산담보 P2P업체 신뢰 추락은 팝펀딩이 촉발했다.
팝펀딩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동산금융 혁신사례로 꼽으면서 현장 방문까지 했던 업체다. 그러나 대표를 포함해 관계자들이 서류를 위조해 허위대출 상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며 폐업했다.
블루문펀드나 넥스리치펀딩(넥펀)등 동산담보 P2P업체들도 문을 닫았다.
블루문펀드는 스마트플래너, 스포츠웨어, 캠핑용품, 마스크, 손소독제 등 다양한 동산을 취급했다. 동산을 담보로 잡고 투자자를 모집해 유통업체에 대출을 해준 뒤 이자를 받는 구조다. 상환 지연을 겪던 블루문펀드는 돌연 영업을 중단했다.
넥펀은 중고자동차 매매상사에 자동차 매입자금 등을 대출해주는 투자 상품을 판매했다. 근저당 설정이 가능한 자동차를 취급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면서 투자자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중고차 매매상사에 신용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산담보대출 자체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담보 가치 산정과 담보물 관리가 어려워 시중은행들이 꺼려온 동산담보대출을 P2P업계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산담보대출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유리한 상품이다. 부동산이 없는 신생 창업기업 등도 동산 자산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가상각에 따른 가치변동이 심한만큼 엄격한 평가, 관리, 회수 등이 중요하지만 작은 P2P업계에서 이를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P2P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서 동산담보대출 P2P업체들이 폐업과 소송의 여파가 업계 전반 신뢰도까지 떨어트릴까 걱정”이라며 “금융당국의 정식 등록 업체 지연에도 영향이 가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