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이 투자한 주요 벤처·스타트업 22곳 중 21곳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장기 관점에서 벤처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합병을 앞둔 통합 GS리테일에 재무적 부담 요소로 작용했다. 회사 측은 회복 불가능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투자회사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 출자법인 중 직접 투자한 주요 벤처기업 22곳은 지난해 총 123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분 투자에 따른 GS홈쇼핑의 지분법손실도 94억원으로 늘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기존 적자가 지속되거나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 판관비 증가로 손실을 기록했다.
GS홈쇼핑 투자 벤처·스타트업 22개사 중 버즈니만 유일하게 20억원 흑자를 냈다. 버즈니는 홈쇼핑 포털 애플리케이션 '홈쇼핑모아'를 운영하는 업체다. GS홈쇼핑은 이 기업에 지분 15.11%를 투자했다. 나머지 21개사는 모두 적자다. 밀키트 스타트업 프레시지는 6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지분 6.06%를 보유한 GS홈쇼핑에 37억원 손실로 계상됐다. 반려동물용품 배달 서비스 펫프렌즈와 푸드 스타트업 쿠캣, 얌테이블도 각각 66억원, 54억원, 53억원의 적자를 거뒀다.
투자 기간이 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곳도 있다. GS홈쇼핑은 2012년 스포카(지분 12.62%)부터 2014년 헬로마켓(11.66%), 2015년 제로웹(17.27%)과 다노(10.50%) 등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지만 해당 기업 모두 아직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은 커졌지만 매출원가율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판관비가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GS홈쇼핑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벤처 투자를 확대해왔다. 미래사업본부 산하 이노베이션 플랫폼 사업부가 투자를 총괄한다. 현재까지 620여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누적 투자액은 3500억원에 이른다.
GS홈쇼핑은 소액을 다수 벤처기업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투자 전략을 펼쳤지만 기대만큼 결실을 맺지 못했다. 벤처투자의 경우 실적을 내기까지 적자를 감수하는 구조지만,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인 GS홈쇼핑과 달리 합병 GS리테일의 경우 실적이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GS리테일도 합병 관련 투자설명서를 통해 벤처투자 특성상 높은 수익만큼 투자기업이 소멸하는 등의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투자 대상이 사업을 영위한 시기가 짧은 벤처·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초기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영업실적을 얻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GS홈쇼핑 측은 “코로나 영향과 취약한 비용구조 등 부정적 이슈가 해소될 경우 향후 각각의 사업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통합 GS리테일 합병이 확정되면 투자해 온 스타트업과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28일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을 처리한다. 특별결의에 따라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와 발생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충족해야 합병안이 가결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