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가 발전과 경쟁력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얼마나 빠르게 이루느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사회 현상 확산으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 보고서는 지난해 9월 국가산업 디지털화 순위에 대해 한국을 1위로 평가했다. IMD에서 발표한 디지털화 국가 경쟁력에서는 한국을 8위로 평가했다. 고무적인 결과이지만 델 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 결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화 정도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누어 세부 평가를 했다. 우리나라는 정부나 대기업 등 디지털화가 잘된 부분이 있는 반면에 아직도 디지털화 계획조차 없는 중소기업이나 산업 현장이 많다는 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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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전 세계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진행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로봇 기술에도 관심이 함께 커지고 있다.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제조로봇 외에도 안내로봇, 도우미로봇, 건설로봇 등 코로나19로 말미암은 비대면 사회와 디지털화 상황에서 더 많은 로봇이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사용될 것이다.

현재 이를 예견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세계 주요국에서 로봇 관련 연구개발(R&D)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범 부처 사업인 국가 로봇 이니셔티브(NRI:National Robotics Initiative) 1.0을 5년 기간으로 2011년에 시작했다. 올해는 NSF, NASA, NIH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NRI 3.0을 론칭했다. 내용도 1.0, 2.0은 협동로봇에 중점을 뒀다면 3.0은 로봇 기술의 인테그레이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일본·유럽도 대통령이나 총리가 국가 차원의 강력한 계획을 선포,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계로 볼 때 생산 인력 1만명당 로봇 수로 표시되는 로봇밀도에서 세계 1, 2위를 하고 세계 산업로봇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톱5 국가의 하나지만 후발 주자이던 중국이 이미 영상이나 인공지능(AI) 등 여러 로봇 첨단 기술 면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R&D 및 인력 양성으로 한국을 앞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가 올해 CES에서 로봇 사업에 대해 발표했고, LG·한화·두산·현대 등 대기업도 로봇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지능로봇개발 기본 5개년 계획을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진행해 왔으며, 2019년에는 기본계획 3.0을 발표했다.

우리가 앞선 계획도 수립하고 10년 이상 예산도 배정하며 꾸준히 지원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첫째 산업부 담당 부서가 기계로봇항공과인 가운데 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교체돼 정책 수립과 추진 지속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로봇이 거의 전 부처에 해당하는 내용인 데 반해 산업부가 큰 그림으로 범부처를 이끄는 역할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각 부처가 참여하는 로봇산업정책심의회와 같은 정부 위원회가 있지만 효과적인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지적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로봇 분야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로봇융합위원회의 보고서 '미래 로봇 산업발전을 위한 5대 이슈에 대한 정책 제안'에도 언급됐다. 이런 점을 개선한다면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로봇 관련 정책과 지원 사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등 한국 로봇산업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첨단 기술과 접목한 R&D와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요즘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무인차에 사용되고 있는 내비게이션, 충돌 방지와 같은 첨단 기술은 오랫동안 로봇 분야, 특히 모바일 로봇의 SLAM과 같은 요소 기술로 개발돼 왔다. 이러한 첨단 로봇 요소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인력 양성은 그동안 정부 로봇보급사업 등을 통해 로봇이 중소기업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빠르게 접목되고 있지만 현장에 있던 기존 생산 인력이 새롭게 도입하는 로봇 등 신기술을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로봇 기업이 설치한 로봇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운영 및 보수 관리가 가능할 수 있도록 기존인력의 재교육 또는 대체인력 양성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목적으로 산업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로봇직업혁신센터가 최근 설립됐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통해 산업 현장의 빠른 디지털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기대해 본다.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yuh.junku@kiro.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