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 해상풍력 1단계 실증단지에 핵심 국산기술이 집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블레이드를 적용한 국산 발전기를 설치했고 국내 기술로 하부구조물 설치 기간도 대폭 단축했다. 해상풍력이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해상풍력 주변 해양생태계도 다양화됐다. 전문가는 국내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구축되면 국내 산업 생태계도 덩달아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25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서남해 해상풍력은 1~3단계에 걸쳐 구축될 예정이다. 1단계 실증단지(60㎿), 2단계 시범단지(400㎿), 3단계 확산단지(2000㎿)를 순차 구축한다. 서남해 해상풍력 1단계 실증단지는 지난해 1월 구축된 바 있다. 일부 외산 부품도 수급했지만 해상풍력 관련 핵심 설비와 부품은 국산 기술을 활용해 구축했다.
실증단지는 3㎿급 풍력발전기 'WinDS3000' 20기로 구성했다. WinDS3000은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육·해상 공용 발전기다. 발전기 용량은 크지 않지만 국내업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부품이 해상풍력에 처음 쓰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20기 중 17기는 카본 블레이드를 적용해 신규 개발한 'TCS' 타입으로 구성했다. 카본 블레이드 회전 직경은 기존 블레이드(100m)에 비해 134m로 확대됐다.
풍력발전기 중 1기는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신기술인 '석션버켓 공법'으로 하부 기초구조물을 구성했다. 석션버켓 공법은 대형 강관(버켓) 위에 설치된 펌프로 해저면 물을 배출해 파일 내외부 수압 차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이 힘으로 하부 기초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암반층까지 구조물을 때려서 말뚝처럼 박는 '자켓 공법'에 비해 시공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시공 과정에서 소음이나 진동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이 기술을 활용하면 자켓 공법을 활용했을 때 시공 기간인 43일을 2일로 줄일 수 있다.
또 서남해 해상풍력 1단계 실증단지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해양생태계도 다양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금석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재생에너지연구실장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수중생태계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다양한 어류와 해양생물이 계절에 따라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구조물 표면에는 해조류와 굴, 담치류, 말미잘 등이 부착 서식하고 수중에는 조피볼락, 노래미, 돔류가 무리지어 분포하며 해저층에는 망둑어류, 새우, 게, 해삼, 떡조개 등 다양한 생물이 분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서남해 해상풍력 1단계 실증단지가 향후 해상풍력 국산 생태계를 갖추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는 밸류체인별로 잘 갖춰진 편이라는 평가다. 풍력타워에서는 씨에스윈드와 동국S&C, 원앤피, 블레이드는 휴먼컴퍼지트, 하부구조물은 삼강엠앤티, 현대스틸산업이 제작할 수 있다. 풍력터빈 분야에서는 유니슨과 두산중공업이 해상풍력 전용 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권기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는 “국내 해상풍력 업체 기술력이 세계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은 추격자 위치에 있지만, 내수시장이 열리면 '트랙 레코드'를 확보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전력변환기(PCS) 같은 일부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지만 현재 국책 연구과제로 기술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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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