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료방송 인수합병(M&A) 간소화 방안이 표류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7개월째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관련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 결정이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유료방송 M&A 간소화 방침을 발표했다. 방송·통신사업자 간 자유로운 M&A, 콘텐츠 차별화, 플랫폼 대형화가 목표이다.
유료방송 M&A 심사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위가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실효성도 높였다.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심사가 첫 사례로, 심사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됐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11월 과기정통부에 기간통신사업자 최대주주·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최다액출자자 변경 인가와 함께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이후 심사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부족한 자료에 대한 보정 작업이 반복되고 있다.
이보다 앞선 케이블TV 인수 사례인 LG유플러스의 CJ헬로(현재 LG헬로비전) 인수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현재 B tv 케이블) M&A 심사에도 7~8개월이 걸렸다.
M&A 간소화 정책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관계 부처 간 협의체를 구성해 심사 일정 등을 공유했지만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촉매제는 되지 못했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케이블TV 인수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과정이었다면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는 참고할 기준과 사례가 충분한 '한 번 이상 가 본 길'인 셈이었다.
물론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과 독점 방지를 위해 정부가 숙고해서 심사를 진행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심사 지연은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는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인터넷(IP)TV의 케이블TV 인수를 승인했고,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맞아 플랫폼 대형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정부가 M&A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준 이상 기조는 지켜져야 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