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속세, 기업 살리는 세금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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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등 가족이 12조원의 상속세를 낸다. 2019년 전체 국내 상속세의 4배에 근접한 수치다. 삼성은 기업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대신 향후 배당금 및 은행 차입금 등을 통해 조달된 돈으로 세금을 5년 동안 나눠 낼 계획이다.

재산에 비례한 상속세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현금이나 금덩어리도 아닌 기업을 갖고 있다고 해서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2019년의 상속세는 2조8000억원이고, 피상속인은 8357명이다. 같은 해의 사망자 29만5110명 가운데 2.8%만 상속세를 내고 있다.

2015년에는 상속세 세수가 전체 세수 비중에 0.91%인 1조9000억원이었다. 피상속인은 6592명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상속세 비중이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비중은 매우 높다.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 비중은 0.1%로 10위이지만 2년 만인 2019년에는 0.2%의 4위로 급격히 상승했다.

벨기에와 프랑스가 0.5%로 1위이고, 핀란드는 0.3%로 3위다. 많은 국가에서 상속세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상속세도 글로벌 추세에서 벗어날 이유는 없다.

상속세는 이중과세 측면이 있다. 사망한 상속인의 재산은 소득세 등을 납부한 후에 남은 재원으로 피상속인이 취득한 것임에도 같은 재산에 대해 또다시 상속세를 내게 하기 때문이다.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 과정에 과세에서 누락시킨 탈루 소득을 상속인 사망 시 과세하겠다는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현재 정보통신 등의 발전으로 거래 투명성이 강화됐기 때문에 과세 누락분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은 약해졌다.

상속세는 기업의 경영 지속성을 떨어뜨린다. 소득 원천이 되는 기업을 강제로 분절시켜서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기업 경영 지속성의 불안은 종업원 등 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어려움을 안길 수 있다.

상속세는 재산 이전 등 종족 유지를 위한 인간 본성을 해쳐서 재산 증식 욕구를 감소시켜 창업 등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세는 한 사람의 인생 출발점 평등성을 저해함으로써 인간의 기본권 등을 침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다. 특히 대기업 대주주의 경우 상속가액에 20%를 할증함으로써 실제로 적용되는 세율은 60%가 된다.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55%, 프랑스 45%, 미국 40% 등이다. OECD에서 약 3분의 2의 국가는 상속세가 부과되지만 나머지는 상속세가 없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기업상속의 경우 연간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감액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까다로운 요건으로 인해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한 경우 2019년에는 75건에 그친다. 공제받은 총세액은 2240억원이고, 건당 30억원이다. 우리나라의 매년 법인세 신고 기업이 79만개사라는 점에서 기업상속공제의 실적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수많은 종업원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고, 국가 경제의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세제가 기업의 경영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불합리하다.

향후 상속세의 경우 연부연납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미술품 등 현물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 우선 소득세율보다는 낮게 유지하고, 점차 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의 20%대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제가 글로벌 추세에 어긋나면 국가 경제에 큰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은 국가 성장 동력에 핵심이 되는 기업 경영을 매우 어렵게 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조속히 기업상속세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 hong@tax.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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