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9>미래로 가는 길 '메타버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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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컴퓨터는 특정 전문가의 도구이자 물리적으로 구별되는 장비 개념이었다. 이후 휴대가 가능하고 무선으로 연결되며 사용하기 쉬운 스마트폰으로 변모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새롭게 정의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변화해 온 최근 20~30년을 넘어 지금 우리는 생각하는 방식을 다시 바꿀 기술과 인간 관계에서 또 다른 진화의 이정표인 '메타버스' 세상에 놓여 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가상·초월'(Meta)과 '세계·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라는 공상과학(SF) 소설에서 유래했다. 당시 소설에서는 메타버스를 주로 가상 세계로 지칭했다면 지금은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일상을 넘나드는 라이프로깅 포함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3차원(3D) 등이 지원되는 가상 다음 단계의 수준을 의미한다.

메타버스에 대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는 세계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약 315조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역시 메타버스를 앞세워 기업공개를 하거나 K-컬처 콘텐츠 등으로 발빠르게 나서는 것을 볼 때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개념이 관련 기술 확대, 산업 성장과 맞물려 사회경제·정책·기술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왜 메타버스에 주목하는지를 인간 중심의 디자인 싱킹 관점에서 살펴본다. 그 본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왜 우리는 메타버스에 주목하는가.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가상과 물리적 세상을 수십년 동안 넘나들었다. 물론 초기의 인터넷 세상은 가상이기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8'에서나 봤음직한 데스크톱 PC 중심으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물리적 세상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수단이었다. 또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한 장의 디스크라는 작은 공간으로 옮겨 담는 '시공간에 대한 재정의' 의미가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생활에 접목되고 언제, 어디에서나, 쉽고, 간편하게 시공간과 연결될 수 있는 시대로 넘어오면서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즉 전문 도구가 아니라 일상 도구를 통해 우리의 일상이 물리 공간과 가상 공간을 넘나드는 활동으로 전환되면서 일반인 대상으로 가능한 한 모든 형태의 '상호작용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소설이 아닌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일명 '아바타'로 알려진 독특한 온라인 정체성을 통해 일을 놀이 형태로 학습화하고 사회화하며, 병렬의 가상 세계를 우리의 생활과 동일시하는 세상이다. 내가 누구인지, 누구로 보여 주고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아바타들과 소통하며 사회 경험을 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결국 메타버스는 '나에 대한 세계관의 재정의에서부터 사회적 경험에 대한 재정의'가 우선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 세계인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바꿔 놓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하나인 페이스북은 향후 목표로 물리 세상과 디지털 생활을 원활하게 혼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으며,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고 했다. 즉 몰입할 수 있는 가상의 세상을 통해 현실세계에 대한 참여도를 높임으로써 더 많은 사회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사람과 기술, 이를 연결하는 수단과 방식 사이에서 잠재적 사용자들과의 사회적 경험을 통해 관계를 재정의하고 사고방식이 바뀔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래로 나아감에 메타버스는 자아 실현의 또 다른 형태이자 이를 시도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가 아닐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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