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라”.

나눔 실천의 대표 사례인 경주 최부자 집안의 가훈 가운데 하나다. 경주 최부자는 흉년으로 많은 사람이 굶주릴 때 곳간을 풀어 선행을 베풀고 신망을 얻어 300여년 동안 가문의 부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상생의 가치가 커진 지금 귀감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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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최근 정치권에도 최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선심 정책이 경쟁적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기본소득을 시작해 군 전역 후 3000만원, 사회초년생 1억원, 국민 능력개발 2000만원 등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대부분 현금성 지원으로, 지난 4·7 재·보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청년들이 대상이다.

그러나 지금 대선 주자들의 선심은 경주 최부자와 성격이 다르다. 최부자는 가문 곳간을 열었지만 이들은 나라 곳간을 열려고 한다. 문제는 나라 곳간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 예산과 올해 초 추경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금 지원 공약은 계속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영업 제한 조치로 말미암은 소상공인 피해를 위한 손실보상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피해보상 소급 적용을 두고 지루한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에서 나오는 현금 지원은 공(空)약으로 느껴질 뿐이다.

안타깝게도 비워진 나라 곳간은 미래 주역인 청년들에게 채워야 할 짐으로 남게 된다. 따지고 보면 청년들의 미래 곳간을 지금 털어서 당근을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청년들의 불만은 미래 불확실성에 있다. 미래 곳간은 상관없이 당장의 선심성 공약으로 청년 표심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현 정치권의 안이한 청년 인식을 보여 준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