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재정과 권한이 열악하다. 지난해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곳은 10곳에 불과하다. 20% 미만인 곳이 무려 104곳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렵다.
하지만 중소기업 특례보증 지원, 기업주치의센터 운영, '사장님 활력지원금' 제공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살리기에 주력하는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광주 광산구(구청장 김삼호)다.
광산구는 다른 시·군·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조기업과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한 경영·자금·기술·판로 정책을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지방자치단체 혁신평가' 최우수기관, '2020년 지방정부 우수정책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광산구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활성화 시책과 성과 등을 소개한다.
광산구는 1988년 광산군에서 광주시로 편입됐다. 광주시 전체 45% 면적을 차지한다. 호남고속도로 광주톨게이트, 광주송정역, 광주공항 등이 있는 교통 중심지이다. 무엇보다 광주 산단 면적 54%가 몰려 있는 '경제 중심구'다. 하남·평동·첨단 등 7개 산업단지에 광주 중소 제조업체 60%인 2300여개 기업체가 입주해 있다.
2018년 7월 민선 7기 김삼호 구청장은 구정목표를 '내 삶이 행복한 매력·활력·품격 광산'으로 내걸었다. 김 청장 1호 결재는 '시민주도형 광산안전대진단'이었다. 지역 안전망을 더 촘촘히 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다. 그러면서 “지역 활력으로 살려내는 '경제구청장'이 되고 싶다”며 '경제광산'을 선언했다.
김 청장은 산업단지 입주기업 9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광주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지원 전담부서인 '기업경제과'를 신설했다. 산업단지 기업, 골목상권, 사회적경제 주체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기업주치의센터도 설립했다. 기업주치의센터는 중소기업 경영·기술·마케팅·금융 문제 해법을 전문가가 제시하고 정부 정책자금을 받도록 도와주는 중간 지원 조직이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이 만족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신용과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 특례보증'에 5억원을 출연, 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기초자치단체의 기보 출연은 전국 첫 사례다. 중소기업이 5억원 이내, 보증비율 100%로 자금을 융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40여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한 '광산경제백신회의'도 발족했다. 1% 희망대출, 소상공인 냉방비 지원, 안심존 프로젝트 등 지금까지 총 13탄의 경제백신 처방 시리즈를 추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골목상권활성화팀을 신설하고 산재된 골목상권 상인회를 권역별로 조직했다. 장사 역량을 키워 매출 향상을 이끌어낸 '사장님 아카데미', 폐업위기 소상공인을 돕는 '사장님 다시서기', 골목상권 유동인구 유입책 '만세 챌린지', 개성·특성을 살린 골목상권 브랜드화, 급증한 배달 수요에 대응한 배달뉴스타트 사업, 골목상권 환경개선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골목형 상점가 조례를 제정해 온누리 상품권을 골목상권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제도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자체 방역활동, 개인접시 제공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안심식당 운영은 농림축산식품부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삼호 구청장은 “골목상권은 경제 실핏줄로, 말초혈관까지 순환이 잘 돼야 기초 건강이 튼튼하듯 골목상권이 살아나야 지역경제도 활력이 돌 수 있다”며 “골목상권이야말로 자치구 차원 경제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는 광주시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에 선정돼 선운지구·하남2지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스마트오더, 키오스크, 스마트 미러 등 기술 보급을 지원하는 '스마트상가'를 구축한 바 있다.
광산구는 중앙정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182억원 규모 지역발전 투자협약도 체결했다. 기존 제품보다 3분의 1 가격의 미세먼지 측정기 공조장치를 가동해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버스승강장을 개발하고 에어가전 기업을 육성하는 복합지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침체에 빠진 지역산단 구조를 백색가전·자동차부품 중심에서 공기산업 중심으로 전환, 육성할 예정이다.
김 청장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를 찾아 지역경제에 불어넣을 수 있는 △골목상권 활성화 패키지형 특화사업 △지역경제활력센터 지정 및 지원 △도심형 상점가 제도 신설 정책도 제안했다. 기초자치단체가 경제거버넌스를 운영해 경제 성장판을 지역에서 발굴, 건의해 중앙정부가 정책화해야 한다는 게 김 구청장의 제안이다.
이 밖에 청년이 직접 관광 상품을 발굴해 일자리 창출과 관광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는 새로운 지역관광 비즈니스 모델 구축사업 '광주 유니버시티 로컬크루 프로젝트'도 구체화하고 있다.
김 청장은 “코로나19, 폭염 등 숱한 난관에서도 광산구는 시민 행복을 지켜내고 미래로 향하는 길을 차근차근 개척해 왔다고 자부한다”면서 “올해 대전환 시기인 만큼 시민, 공직자들과 한 걸음, 한 걸음 맞춰 나가며 거대한 변화를 위한 발판을 차근차근 마련해 가겠다”고 밝혔다.
◇ 김삼호 광산구청장
전남 곡성 출신인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은 고려대 사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했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가 대통령선거법과 집시법 위반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고향에서 농민운동을 하다 1998년 당시 고현석 곡성군수 비서실장으로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후보 의전비서를 거쳐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한국광해관리공단 호남지역본부장, 민간컨설팅회사 임원 등을 거쳐 광주시의회 운영전문위원, 광산구시설관리공단 초대이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 선출직인 구청장에 당선됐다. 2017년부터 3월까지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