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 주력 허브 '금융데이터거래소' 설립 1년, 참여사 절반이상 거래이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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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부 뉴딜정책 주력사업으로 출발한 '금융 데이터거래소'가 출범 1주년을 맞았지만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등록기업 100여개 가운데 데이터를 한 번도 거래하지 않은 곳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참여가 저조해 실효성 논란이 일자 금융 당국은 데이터거래소 활성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10일 본지가 금융 데이터거래소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참여 기업 104개 기업 가운데 56개사가 단 한 건도 데이터를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출범 당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이 가운데 53.8%는 데이터 등록 및 거래 기록이 전무했다.

은행권의 경우 국민·하나·우리·경남 등 12개 은행이 등록했지만 이 가운데 절반은 데이터를 거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경남·부산·전북·광주·수협 등은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거래는 0건이었다.

보험사도 KB손해보험, 교보생명, 롯데손해보험, 신한생명, 한화생명 등 6개사가 데이터 거래소 참여 기업에 나섰지만 실제 데이터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은 KB손보(7건) 1개사에 불과했다.

유통, 이동통신사 등 금융 외 다른 사업군의 참여 성적도 저조했다.

데이터 등록건수별로 보면 LG 유플러스(0건), SKT(신한카드와 결합 1건) 등 이통사 참여율은 낮았다. 데이터를 비교적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우 네이버(2건), 네이버파이낸셜, 다날, 더존비즈온, 솔트룩스(이상 0건)도 상황은 비슷했다.

반면 카드사의 경우 참여율이 가장 높았다. 등록기업 8개사 가운데 5개사가 데이터를 등록했다. 특히 국민카드(93건), 신한카드(101건), 삼성카드(80건) 등은 데이터를 다수 올렸다.

금융 데이터거래소는 국내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통신, 유통, 공공기업 등 이종업권별 데이터를 융합하고 사고 팔 수 있는 국내 최초 빅데이터 산업 플랫폼으로 지난 5월 11일 출범했다.

예컨대 이통사 SKT가 금융사인 국민은행 데이터를 거래소를 통해 사오거나 은행이 유통사 롯데백화점 등의 데이터를 자사 데이터와 결합할 수 있는 일종의 데이터 백화점이다.

금융 데이터거래소는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중점 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경제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국내에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걸며 야심 차게 문을 열었다.

정부는 공공과 민간에서 생성되는 많은 데이터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금융 데이터거래소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수많은 기업이 금융 데이터거래소 이용을 회피하고 있다. 우선 업권별 제휴 등을 통해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고도 정보 결합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거래소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전략 등을 노출시키는 것을 꺼리는 상황이다.

금융 데이터거래소 등록기업 관계자는 “이미 자사 데이터로 다른 기업들과 직접 거래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 거래소 플랫폼을 쓸 이유가 없다”면서 “(데이터 거래소) 동의 절차도 불분명해서 방치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거래소에 올라온 정보 등이 제한적이어서 실제 비즈니스에 활용하기에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사와 타업종 데이터 간 거래 및 융합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 신사업 창출을 기대했지만 등록기업 상당수 기업들은 참여를 꺼릴 뿐만 아니라 추가 등록기업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자사가 보유하지 않은 데이터를 타사로부터 구매하는 행위가 익숙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데이터 결합과 융합을 통한 기업 성공사례 등이 쌓인다면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조만간 금융 데이터거래소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참여 기업들과 함께 빅데이터 분석 경진대회 등을 추진하는 등 참여 기업을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 금융 데이터거래소 참여기업 데이터 등록 현황

뉴딜 주력 허브 '금융데이터거래소' 설립 1년, 참여사 절반이상 거래이력 '0'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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