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궤적]<7>테슬라와 삼성전자, 그리고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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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이와 무관하게 세계사에 변화를 일으키는 큰 전쟁이나 패권의 전환, 질병 창궐, 기술혁신이나 발명 등이 원인으로 작용해서 크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지금 시기가 전염병이나 기술혁신으로 말미암아 이미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일었거나 큰 변화가 이는 과정인 변곡점의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2003년 설립된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 일론 머스크가 첫 투자를 한 것은 2004년이며, 테슬라는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양산형 첫 모델인 모델 S가 대중에게 팔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현재 세계 상위권의 자동차 회사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테슬라 시가총액이 더 크다.

앞으로 자동차 관련 부품 생태계는 내연기관차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변곡점인 지금 변화에 적응한 회사와 적응하지 못한 회사로 흥망성쇠가 나뉠 것이다.

변화 초기에는 변곡점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애플의 첫 아이폰이 나온 것은 2007년이지만 노키아는 2011년까지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 1위였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TV 양산은 1997년 말 삼성전자였지만 소니는 2005년까지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였다. 노키아가 휴대폰이 손안의 PC가 된 현실, 소니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가 큰 변곡점이란 사실을 각자 인식하고 대응에 성공했다면 지금의 산업 지형은 그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 출시를 보고 휴대폰 시장의 커다란 변곡점을 인식한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확산,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OS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같은 시기에 변곡점을 감지한 삼성도 갤럭시를 내놓으며 과거 노키아에 이은 휴대폰 출하량 2위 기업에서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변곡점도 영향력에 따라 크고 작음을 구분할 수 있다. 또 어떤 변곡점은 변화 초기에는 영향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에 매우 큰 변화를 불러들이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의 크기와 무관하게 변화 조짐이 있을 때는 그것을 확인하기 전에 미리 자원과 시간을 투입해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응이 없거나 늦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변곡점에 미리 대응하는 비용과 시간을 일종의 보험료로 생각하면 어떨까.

성공을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변화 시기에는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완벽한 품질,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 등은 과거 제조업 성공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 변화나 소비자 변덕이 심해서 기업이 완벽과 내구성을 기하다 제품 출시 적기를 놓친다거나 유행에 뒤처진다면 이는 더 큰 위험이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완벽을 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점점 더 빠른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완벽함보다 신속함이 더 중요해지고, 변곡점을 지나치지 않으려면 조직들은 더욱더 민첩해지고 실행을 빨리하고 계속 수정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변곡점에서 상승곡선을 탈 것인가 하강 곡선을 타면서 쇠락할 것인가.

상승 기회를 잡고 싶다면 변곡점을 만들어 내는 변화라고 예상되는 것에 순응하고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조직에서 변화에 적응하고 신속히 행동하는 데 방해가 되는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야 한다. 본질 파악과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시늉만 내거나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생각해서 뜸들이다가는 하강곡선에 탑승할 가능성이 짙게 된다.

세계적인 패권의 변화, 선진국 간 서열 변화와 신생 선진국 출현 가능성, 산업계에서의 순위 재편 등 이 모든 것에는 특이점이나 변곡점이 있다.

이로 말미암은 변화 시기에 대응을 잘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지만 그것을 일찍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경쟁자를 추월하거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변곡점이 기회임을 아는 이도 그리 많지 않다. 많은 분야에서 미래는 이미 와 있다. 그 변화가 아직 확산되지 않아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긍정적인 위기의식으로 행동해서 변곡점의 상승곡선에 탑승하자.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alex.kim@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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