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PC, '납기 압박' 시름 덜었지만...원가상승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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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PC 업계 관계자가 제품 성능을 검수하고 있다.

국산PC 업계가 공공조달 시장 납기 리스크를 당분간 줄이게 됐다. 유례없는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조달청이 조달 품목에 한해 납기일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원가상승에 따른 완제품 공급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 사업 차질이 예상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조달컴퓨터협회는 지난달 조달청에 부품수급 어려움에 따른 납기일 연장을 공식 요청했다. 조달청은 반도체 수급 불안이 전 산업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지만 PC, 모니터 등 영역이 시급하다고 판단, 기존 15일이던 납기일을 30일로 연장했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 심화에 국산PC 업계는 지속적으로 공급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카드 등 부품단위부터 메인보드, 모니터 등 PC 전 영역에 반도체가 안 들어가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모두가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급 차질까지 빚어지자 납기 압박이 상당했다.

통상 계약 후 15일 이내 납기가 원칙인 공공조달 시장에서 이를 지키지 못하면 사실상 추후 입찰에서 수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퇴출에 가까운 징계가 뒤따른다. 우선 납기일수 만큼 벌금이 부과되고 추후 입찰에 납기지체에 따른 감점을 받기 때문이다. 1점이 중요한 입찰에서 대부분 업체가 만점을 받는 납기준수 부문에 감점을 받는다는 것은 타격이 크다.

김동수 정부조달컴퓨터협회 회장은 “조달시장에서 납기 준수는 품질준수에 준하는 엄격한 규정”이라면서 “최근 그래픽카드, CPU 등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납기일 준수에 업계 압박이 심해지면서 조달청에 연장을 요청했고, 전향적으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국산 PC 업계는 급한 불은 껐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반도체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부품 확보가 여의치 않고 원가상승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실제 기존 20만원대 그래픽카드는 40만원을 훌쩍 넘어 50만~6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구하기가 어려워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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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부품 가격이 급등해도 완제품 가격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 조달청은 분기별로 특정 부품의 물가변동이 3% 이상일 경우 단가인상을 허용한다. 데스크톱PC 역시 이 상승분을 뛰어넘어 조정 대상이지만 업체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해 반영을 주저한다. 일부 업체는 가격을 소폭 올린 곳도 있지만 상당수는 원가 상승 압박 때문에 아예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제품을 일시적으로 내리기까지 한다.

정부조달 PC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전년도에 예산을 책정해 다음해에 집행하는 만큼 쓸 수 있는 돈이 예상가능하고 한정적인데 갑작스럽게 가격을 올려버리면 사업을 축소할 수 있다”면서 “손해를 감수하고 기존 가격대로 판매하긴 어려워 아예 품목을 일시 판매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조달청과 지속적으로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가격 논의를 한다”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객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납품 기일은 물론 품질 검증에도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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