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체외자극을 이용한 전자약 기술개발 필요성

Photo Image
류연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 책임연구원

2017년 10월 26일, 미국은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피오이드 성분이 포함된 진통제 남용 때문이다. 미국에서 2016년 오피오이드 진통제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4만2000여명으로 추정되며 사회적 비용도 2015년 기준 554조9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큰 사회문제가 됐다.

OECD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해당 진통제 사용량이 2011∼2013년에 비해 2016년 약 14.7%로 늘어나며 약물사용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약물은 정확한 생물 의학적 근거에 따라 사용하면 환자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재한다.

부작용 완화를 위해 몇 가지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각광받는 분야가 전자약이다.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s)의 합성어로, 2013년 의약품 제조 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전기신호를 이용한 치료기기를 처음 사용하면서 등장했다.

전자약은 먹거나 주사하는 약물 대신 체내삽입, 피부이식, 웨어러블 등의 형태다. 전기, 열 등 자극을 이용해 생체기능을 조절하는 기기로 신경전기 신호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생체신호 획득·분석을 통해 치료 및 건강관리의 기능을 한다.

특히 전자약은 최소 침습적이면서 효과적이고 다양한 자극을 이용하기에 기존 의약품이 체내에 흡수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화학적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증상 및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또 주기적으로 정해진 횟수만큼 복용해야 하는 기존 약과 달리 전자약은 특정 장치를 이용하기에 주기적 복약의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다.

매일 복용하는 대표 약물인 고혈압약은 한번 복용하면 거의 평생 복용해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1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 의료기관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가 970만 명이 넘고 고혈압약을 상시 복용하는 사람도 650만명 수준에 이른다.

이런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한의학연구원 연구팀은 고혈압 환자 치료에 전자약 기술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축기 혈압이 160수은주 밀리미터(㎜Hg) 이하 1단계 고혈압 환자군을 대상으로 손목 특정부위(경혈)에 전기자극을 주면 최대 20주 이상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전 연구 고혈압동물모델에서 특정 체표점이 나타난다는 것과 전기 자극이 혈압을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테스트 임상시험까지 연계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아직은 기존 혈압약과의 약물 동등성 효과연구까지는 해결해야 할 기술과제들도 남아있다.

2017년 OECD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개 이상 다제약물을 만성 복용하는 75세 이상 환자가 68% 이상이다. 평균 48% 수준인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에 의하면 65세 인구 중 5개 이상의 다제약물 처방이 약 50%를 차지하는데, 4개 이하 약물처방군에 비해 부적절 처방율도 33% 이상 높다. 이는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가 다약제 사용으로 이어져 국민건강비용 부담 등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성질환 환자에게 적용가능한 전자약 기술개발 지원이 국가차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노인인구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전자약 시장은 연평균 7.4%씩 성장해 2026년에는 약 35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체외자극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을 대상으로 경혈자극을 적용한 휴대 및 탈부착 전자약 기기 개발연구에 국가적 투자가 확대된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의료 분야에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연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 책임연구원 yhryu@kiom.re.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