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벤처붐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을 더욱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우수한 인력이 벤처·스타트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제2 벤처붐'이 다가온 지금이야 말로 정부가 각종 규제를 없애고,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달 초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소프트웨어(SW) 분야 인력 양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제2 벤처붐 열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수 인력의 벤처업계 유입이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강 회장은 지난 15일부터 제2 벤처붐 챌린지의 첫 주자로 나서 제2 벤처붐을 전 국민으로 확산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강 회장은 “일단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많이 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국내에만 있는 규제는 하루 빨리 없애 성장동력을 만들어주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김승규 벤처유통부장
-벤처기업협회장에 취임하게 된 소감은.
▲처음에는 큰 계획이 없었다 사실 두 달여가 지나니 조금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제2 벤처붐 캠페인이 사실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제2 벤처붐이 왔다. 각종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제1 벤처붐 당시보다 지금 모든 지표가 좋아졌다. 이미 2~3년 전부터 그런 기류가 보였다. 이제는 이런 제2 벤처붐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것이냐를 이야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마침 벤처기업확인 업무를 공공에서 민관으로 이관했다. 과거에는 벤처 인증받은 기업 90%가량이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서를 받아 온 기업이었다. 그리고 연구개발(R&D), 벤처투자 이런 것을 살폈는데 이제는 이런 관행이 바뀌게 된다.
결국 벤처 인증 대부분이 보증서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결국 보증 기관이나 은행에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업에 벤처 인증을 줬다는 것이다. 재무제표가 있는 기업만 인증을 받았다.
이제는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재무제표, 이른바 숫자가 나오지 않는 기업도 벤처기업으로 인증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짜 벤처기업, 진짜 스타트업 같은 기술지향적인 기업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이제 민간에서 이런 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더 자세히 살피게 될 것이다.
-민간 벤처확인제도 도입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민간 벤처확인위원이 50명이나 된다. 위원 구성을 보면 벤처캐피털부터 성공한 벤처기업인, 교수까지 다양한 분들이 있다. 여기서 1주일에 200건이 넘는 기업을 심사한다. 통과되는 비율이 60% 안팎이라고 들었다. 정말 다양한 기업이 기대를 갖고 신청을 한다. 여기서 새로운 시도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기대해도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도 참여했다.
▲청와대 수보회의에 들어가서 한 이야기도 바로 그 부분이다. 일단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많이 뿌려달라고 이야기 했다. 씨를 많이 뿌려야 어딘가는 도태하더라도 어떤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기관에서도 많은 투자를 했다. 모태펀드, 벤처캐피털(VC) 이런 곳에서 투자를 많이 늘려줬다. 물론 그 기관이 벤처기업에 투자해 돈도 많이 벌었다. 이제 그렇게 번 돈을 다시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시 투입해줘야 한다.
저 역시도 실패 경험이 있다. 실패를 딛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성공한 기업인 다수가 이미 한 번 이상의 실패를 겪었을 것이다. 실패에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창업해서 바로 코스닥으로 직행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인력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데.
▲지금 업계에 소프트웨어(SW) 인력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 기존 인력도 나가려는 분위기다. 애당초 사람이 너무 부족한 것이 문제다. 1만명 정도는 추가로 SW 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SW 인력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기존 SW 인력에 대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부터 다양한 유인책을 고민 중이다. 지금 각 부처 단위로 민간과 협력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벤처기업, 스타트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최근 떠오르는 기업, 이른바 유니콘 다수는 플랫폼 기업이다. 전부 내수 기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정말 우리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수출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는 대기업의 협력업체나 수·위탁 관계로 묶여서 자생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대만은 내수를 위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 전부 수출기업이다.
우리도 그래야만 한다. 기업가정신을 바꿔야 산다. 내수에서 대기업에 의존하려고 해서는 큰 성장이 없다. 특히 내수 시장이 꽉 찼다. 수출로 나아가야 한다. 플랫폼 기업 역시도 무조건 수출을 노려야만 한다. 새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청와대에서 제게 사내벤처가 잘되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잘 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삼성 같은 대기업이 기술로드맵을 주는 셈이다. 개발하다 삐끗하면 사람도 지원하고 잘 돌아가면 자금도 듬뿍 지원한다. 이러니 잘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벤처기업은 실패할까. 로드맵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쿠팡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글로벌 모델을 따르되 다른 전략을 취했다. 글로벌 리딩 기업을 빠르게 따른 것이다.
이런 식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사내벤처에 로드맵을 제공하는 것처럼 벤처기업도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벤처캐피털(VC)을 만들어 투자를 하건 공동으로 R&D를 하건, 함께 힘을 합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해야 하다. 후배 기업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시작 단계부터 글로벌에서 경쟁하고 승리한다는 접근을 가져야 한다. 밀어주겠다는 선배 기업인도 많다. 정부도 함께 지원해야 한다.
-초기기업의 성장, 스케일업을 위해 무엇이 핵심인가.
▲기업 성장은 분야별로 달리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원격의료라면 제도를 바꿔야 할 것이고, 기본적인 규제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개별 규제 다음은 결국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가장 큰 숙제다.
벤처기업들이 내수하기 위해서 규제 없애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내수 규제는 해외에서 사업하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복수의결권 문제만해도 그렇다. 쿠팡이 미국 증시로 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기업을 할 수 있게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서 기업하고 싶은데 규제가 있으니까 자꾸 해외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해외로 자꾸 나가버리고 나서 규제를 바꾸면 늦는다.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업이 불편한게 무엇인지 살피고, 특히 해외에 없는 규제는 우리도 없애야 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가장 먼저 시도한 기업이다. 100명 가운데 한 명이 그렇게 먼저 했다면 나머지 9명은 그 시도를 빨리 따라간다. 나머지 90명은 시대가 바뀌고 나서야 알게 된다. 세계적으로 빠르게 나타나는 변화를 국내에서만 있어서는 느낄 수가 없다. 정부 정책이 이런 부분을 줄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타다 사례에서 보듯 전통사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충돌이 많다.
▲모든 산업과 생각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가지 않으려고 해도 세상이 변하고 있다. 결국 바뀌는 것은 정해져 있고 속도 문제일 뿐이다. 중국만 봐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반면 일본은 한참이 정체되어 있다. 결국 선도할거냐 따라갈 것이냐 아니면 가만히 앉아 있다가 당하느냐 이 문제다.
-규제 문제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
▲협회 차원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것이 규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타다도 사실 그게 없어서 표류했다고 본다. 국무조정실이나 중소벤처기업부나 어디서는 규제를 한 군데서 통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유사한 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단순 의견만 전달하고 있다. 각 부처에 여러 기능이 흩어져 있다. 이것을 하나로 묶어 책임있게 살필 수 있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벤처기업협회 올해 주요 계획도 소개해 달라.
▲협회는 결국 회원사로 이뤄진 조직이다. 변화가 빠르니 우리도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내부에 주문했다.
벤처기업협회는 4만여 벤처기업의 대변인이다. 세계 최고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새로운 자세로 임할 것이다. 제2 벤처붐이 왔으니 협회가 더욱 깨어있는 대변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산업 분야와 규제 이슈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그리고 회원사에 대한 서비스도 강화하려고 한다. 회원사들이 협회 서비스를 제대로 받고 있다고 느끼는 지를 확인하겠다. 특히 차별 대우 받는 부분을 없애려 한다. 각 지회를 적어도 1년에 두 번씩은 찾으면서 밀착 지원할 것을 도출하겠다. 지역별 벤처협회도 제대로 조직을 갖추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마지막은 창업문화 조성이다. 기업가정신이 더 확산돼야 한다. 기업 차려서 돈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벤처기업이라는 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왜 회사를 차리고 벤처기업을 만드는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포인트모바일의 앞으로 계획은.
▲회사가 2006년에 설립됐다. 지난해에 코스닥 상장을 했다. 코스닥 창립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시작해 점차 영역을 넓혀 왔다. 라이카부터 카시오까지 5년 넘게 문전박대 당해가며 글로벌 기업과 거래를 만들었다.
바코드 스캔하는 산업용단말기가 우리 주력 분야다. 리테일 분야 전반에서 쓰인다. 이제는 극장이나 경기장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로도 확산됐다. QR코드를 들고가면 우리 제품으로 스캔을 한다. 메이저리그부터 농구, 디즈니랜드까지 쓴다.
포인트모바일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를 토대로 아마존과도 협력하게 됐다. 계속 두드리고 도전하면서 글로벌화를 이룬 것이다.
글로벌 파트너들과 연계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벤처기업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도 마련해 보려고 한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강 회장은 1966년생으로 원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대륭정밀에 입사해 1995년에는 백금티앤에이를 공동 창업했다. 이후 1999년 파이닉스시스템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2006년 포인트모바일을 공동창업해 2015년 10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말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공모청약 경쟁률은 1842.97대 1. 코스닥 창입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포인트모바일은 산업용 개인 휴대정보 단말기를 전문으로 생산한다. 회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야쿠르트에 현장판매결제용 단말기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며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을 모두 공략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2월 제10대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제2 벤처붐' 확산과 올해부터 새로 시행된 민간 벤처확인제도 등 다양한 현안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정리=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