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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폭 수준의 개각이었다. 국무총리와 5개 부처 장관이 바뀔 예정이다.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선거전부터 무성했다. 단지 시점이 빨라졌을 뿐이다. 후보 대부분도 하마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빗나갔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였다. 교체 가능성이 높지 않았고 장관 후보자도 의외였다. 지명된 자는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었다. 장관 교체에 촉각을 곤두세운 과기정통부에서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깜짝 발표였다. 안테나를 높이 세웠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사였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다행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과학과 정보통신 분야 첫 여성 장관이라는 점에 후한 평가가 이어진다. 여성 고위직 진출이 드문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와 상징성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전문성 점수도 나쁘지 않다. 교수 출신답게 연구실적도 풍부하고 미국 벨연구소·시스코 등 민간기업 경험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인품이나 자질과 관련해서도 딱히 불편한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대체로 긍정 평가가 우세하다.

오히려 화살은 대통령과 청와대로 빗발친다. 석연치 않은 선임 절차를 문제 삼았다. 임 후보자가 연구회 이사장으로 임명된 지가 불과 3개월 전이었다. 1월 21일 임명장을 받았으니 87일 만에 장관 후보로 직함이 다시 바뀌었다. 앞서 이사장 자리는 3개월 공석이었다. 3개월 동안 숙고한 인사가 불과 며칠사이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사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여성 고위직 비율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친절한' 해석까지 나왔다.

사소해 보이지만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무성의하고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가면 자칫 '부처 정체성'마저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가뜩이나 이번 정부는 과학기술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보통신 분야는 요금을 제외하고는 관심 밖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장관 후보를 골랐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면 부처 존재감도 그만큼 희미하다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혁명을 부르짖지만 정작 이를 지원하는 행정부처가 '존재감 제로'라면 심각하게 봐야 한다.

장관 후보를 놓고 존재감까지 거론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장관 면면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유영민 장관이 첫 스타트였다. 기업인 출신으로 2년2개월 재직했다. '세계 첫 5G통신서비스' 등 업적도 많았지만 보은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결국 유 장관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이동했다. 이어 최기영 장관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대과는 없었지만 존재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임 후보는 세 번째 장관이다. 출발부터 잡음이 나고 있다. 역대 장관처럼 자질보다는 인사배경이 먼저 관심사로 떠올랐다. 장관 역할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방점이 찍히기보다는 곁가지 소문이 더 무성한 것이다.

인구 감소와 맞물려 대학에서는 '벚꽃 지는 순으로 대학이 망한다'는 뼈 있는 농담이 돌고 있다. 한때 공직사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름이 긴 부처 순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18개 부처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자 수가 가장 길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다음 정권까지 1년 남았다. 장관 임기와 부처 운명이 같을 수 없다. 하지만 존재감이 희미해질수록 잊힐 가능성이 높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에 무관심한 청와대와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존재감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법이다. 개각 때마다 존재감 논란이 나오는 이유를 곰곰이 숙고해 봐야 한다. 새 장관의 어깨가 유독 무거워 보인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