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벤처기업에 개인 역대 최대 투자…'블랙엔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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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벤처기업에 개인투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그동안 벤처투자는 기관의 투자 전유물로 여겨 왔지만 정부가 소득공제 혜택을 늘리면서 촉매제로 작용하게 된 데다 시장 유동성이 활발해지면서 개인 자산까지 벤처투자로 몰리고 있다. 이른바 '대박 기업공개(IPO) 사례'가 늘면서 상장 이전에 먼저 투자하려는 개인도 늘었다. 개인 벤처투자는 제2 벤처 붐을 지원할 자금 조달 창구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제도권의 증권시장 투자와 달리 개인과 투자 대상 기업 간 이해 차이에서 발생하는 분쟁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조합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역대 최대치다. 개인투자조합은 개인이 비상장 벤처기업이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면 성과를 조합원과 나누는 목적으로 결성된다. 개인, 액셀러레이터, 신기술 창업전문회사 라이선스가 있는 법인 등이 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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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중기부에 따르면 최근 개인투자조합 결성은 물론 이들 투자 자금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 조성된 개인투자조합 수는 지난해 1331개에서 4월 14일 기준 1511개로 늘어났다. 사실상 1분기에 180곳 증가한 것이다. 연도별 개인투자조합의 투자금액은 2018년 1355억원, 2019년 1853억원에서 지난해 250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확산세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정부의 개인소득공제 확대와 시장 유동성 확대, 스타트업의 성공스토리가 늘면서 개인투자자가 벤처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면서 “벤처 창업 초기기업의 인식이 개선된 것도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벤처기업 투자는 3000만원까지 10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1000만~3000만원 수준의 소액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소액 투자자 입장에선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고액 개인투자자는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벤처 투자시장으로 옮겨 온 것으로 관측된다.

벤처와 스타트업 업계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기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국내 주요 액셀러레이터와 VC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벤처펀드가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엔젤투자(초기 스타트업)의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창업 생태계 전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우후죽순 생겨 나는 개인투자조합을 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고수익을 목표로 뛰어드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 기업과는 분쟁의 소지가 있다. 자칫 '블랙엔젤'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효상 숭실대 교수는 “벤처투자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는 벤처 생태계는 물론 게임 법칙을 잘 알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경우 소수 몇 곳에 투자하고는 초대박이 나길 원하는 사람이 다수”라면서 “기대만큼 수익이 나질 않는 경우 창업가의 경영권 압박 등 분쟁 소지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표>개인투자조합 연도별 투자액 추이 (단위:억원)

<출처:중소벤처기업부>

비상장 벤처기업에 개인 역대 최대 투자…'블랙엔젤' 우려도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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