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계층 우화' 테마를 담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에 이어 새 환경에 대한 적응을 담담히 담은 '미나리'가 세계인의 보편 감동을 자극하며 세계 유수 영화제에 'K-무비' 시그니처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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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 '미나리(Minari)'는 미국 아칸소를 배경으로 이민자의 삶에 적응하는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영화다. 자신의 농장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제이콥(스티븐 연 분), 현실적 삶에 핵심을 둔 모니카(한예리 분) 부부를 비롯해 어린 손주를 돌보기 위해 함께 살게 된 모니카 엄마 순자(윤여정 분)와 의젓한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 분),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 분) 등 다섯 식구 모습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개인의 적응 방식과 가족의 연대감을 새롭게 조명한다.
'바퀴 달린 집'이라는 자연 친화 배경이 주는 느림의 생활패턴 속에서 특별한 곳에 놀러온 듯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는 듯 과거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듯한 제이콥, 생활환경을 강하게 받아들이는 모니카 모습은 막막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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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을 보다 부드럽게 만드는 존재가 앤과 할머니 순자다. 새로운 환경을 대면하는 각자의 갈등을 조율하면서 각 존재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미나리'로 상징되는 인간의 생존과 적응의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손자 데이빗에게 'strong boy'라 지칭하며 끊임없이 믿어주는 할머니 순자의 훈육법은 실제 미국 땅에 심은 미나리 씨와 마찬가지로 기적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인간 생존 적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본연의 포용 정서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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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는 한국 이민가족의 삶에 스토리를 둔 자전적 영화라는 틀 안에 인간의 보편 정서를 보여주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36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미국 드라마), 관객상(미국 드라마) △46회 LA 비평가 협회상(여우조연상) △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외국어 영화상) △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신인배우상, 외국어 영화상) △27회 미국 배우 조합상(영화부문 여우조연상) △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여우조연상) 등 유수 수상기록을 달성하고 25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군으로까지 노미네이트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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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를 향한 해외의 뜨거운 반응은 어디에서 올까. 극 중 배경이나 삶의 방식, 이를 비추는 영화 기법에 있어서 친숙함과 함께 인물이 상징하는 가치와 시너지에 공감하는 흡입력이다. 미나리 배경은 미국 아칸소주로 극 중 인물이 생존을 위해 적응해가는 삶의 방식도 미국 시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이것은 개인마다 모습에 한해서만 그렇다. 현지에 젖어 들면서 가족 갈등 봉합과 성장의 핵심인 인간적인 심리는 여전히 서양과는 다른 동양적, 특히 한국적인 정 문화와 포용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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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미국 감독이 촬영하고 미국 기업이 자금을 지원해 겉으로 봤을 때는 미국영화로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한국영화라 할 수 있는 '미나리'의 이중 성격이라 할 수 있다. 이중성은 넷플릭스 플랫폼과 함께 소위 K-콘텐츠 열풍을 일으킨 '킹덤' '승리호' 작품과 달리 좀 더 친숙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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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 상징하는 가치와 시너지 면에서는 수상 후보 부문을 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92회 미국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은 당시 작품·각본·국제장편·감독·미술·편집 등 6개 후보군에 올라 있었다. 실제 인물 관계가 촘촘히 짜여진 거시 관점과 이를 비추는 예술적 장면구성이 이뤄낸 거시 영화 메시지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반면에 '미나리'는 여우조연상 후보를 비롯해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 올랐다. 인물 전체가 주는 시너지 못지않게 배우에게 투영된 인간 정서와 가치에 대한 집중도가 크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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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데뷔 50년 경력의 배우 윤여정이 한국 여배우 중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영화 속 핵심이 되는 할머니 역할의 열연이라는 점에 그치지 않고 '윤스테이' '윤식당' 등 예능으로 보여준 유쾌하고 배려심 깊은 인간으로서의 윤여정을 순자라는 캐릭터 톤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해외 영화 관계자 사이에 극찬을 받고 있다. 이는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후보 등극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현실을 맞닥뜨린 미국 등 대중의 적극적인 의지와 이를 다독여 새로운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포용 메시지에 평단 공감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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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근거는 최근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 함께한 윤여정의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윤여정은 해당 인터뷰에서 “영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의 정직하고 진실함, 지식, '미나리' 대본에 담긴 따뜻함에 끌려 출연하게 됐다. 미국에서 고통받고 차별받는 사람들로 묘사되는 여타 영화 속 이민자들의 모습과 달리 미나리 속 그것은 한국과 미국을 잇는 다리 같았다.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미국인이자 한국인다움을 동시에 갖고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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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는 한미 양국은 물론 글로벌 권역의 인간적 정서를 어루만지는 영화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미나리'는 오는 25일(현지시간, 한국 26일 오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성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최근 여러 방송을 통해 “미나리가 세계 어디서 들어도 발음이 리드미컬하고 쉽다. 미나리라는 단어가 '비나이다'처럼 들리기도 하고, 극 중 주인공이 소년이기도 하고 희망이자 생명력이기도 해서 간절한 기도문처럼 들린다”고 평하면서 후보군 노미네이트와 함께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을 비롯한 다관왕 기록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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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의 미국 아카데미 후보 등극을 예측한 할리우드 시상식 예측 사이트 '골드더비'와 버라이어티 역시 윤여정을 가장 유력한 여우조연상 수상 후보로 바라보고 있다. 영화 미나리는 지난달 3일 개봉 이후 21일 연속 국내 박스오피스 1위 기록과 함께 3월 한 달 간 84만 명 관객을 동원하는 등 코로나19 속에서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